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가 울고 간다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 문태준 시인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해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수런거리는뒤란' '맨발' '가재미' 등 펴냄.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 여행노트 - 미당 서정주의 계보를 잇는 문태준의 등장에 난해하기 짝이 없는 암호같은 시들을 주고받던 독자와 시단의 불화는 끝났다. 공감이 전이되는 곰삭은 장맛같은 전통 서정시의 지점에서 비로소 화해했고 열광한 것이다.
 이 시는 어디서 태어났을까. 그의 고향이 김천 어디쯤이니 그곳 어디, 아마도 농경시대를 건너 온 기성세대라면 눈물겨운 그 고향에서 건져 올린 시가 아닐까. 흑백사진 같은 어느 시골, 또는 어느 어촌에서도 만날 수 있는 토속적인 서사가 탯줄처럼 엉킨 곳.
 이 겨울 문득 산등성이 아래 굴껍질처럼 닥지닥지 붙은 정겨운 산촌을 찾고 싶다. 아궁이에 장작불 넉넉히 넣은 어느 농가 문간방에 민박을 들어 3박4일 일없이 무위도식하다가 펄펄 함박눈이라도 내리면, 고삐 풀린 철없는 망아지처럼 얼마나 신이 나랴.
 이튿날 아침 눈부신 설경이라도 펼쳐지면 '누가 울고 간다'는 시인의 정서에 흠뻑 젖어 전이되고 싶다. 마당 볏짚가리엔 참새 떼가 고 조고만 부리로 짹짹 수다를 떨고 처마 끝 고드름 치는 소리. 콩댐한 장판방의 아랫목에 발을 담그고 한지창으로 짓쳐드는 햇살에 더 바랄 나위없는 마음만은 부자가 되고만 싶다. 류윤모시인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