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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농부가 아침마다 어김없이 무논을 한 번씩 둘러보는데 오늘따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무논 가운데에 털이 덥수룩한 큰 손이 하나 쑥 올라와 무엇을 달라는 듯이 내밀고 있었다. 농부는 의아함을 접어두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손에 쥐어주었다. 그러나 털봉숭 손은 쥐어주는 쪽쪽 버렸다. 농부는 며칠을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쑥대로 만든 횃불을 손에 쥐어 주었다. 손은 기다렸다는 듯이 불붙은 쑥대를 그대로 받아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차가운 무논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난 후 다리를 절룩거리는 두루미 한 마리를 온천이 솟는 논에서 왔다 갔다 했다. 두루미는 며칠을 그렇게 온천물에 아픈 다리를 담그고 떠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두루미는 완쾌된 다리를 뒤로 뻗으며 힘차게 날갯짓하며 날아갔다." 53년 전 10살 무렵 할머니로부터 즐겨들었던 동래온천 생성 연기 설화이다.

온천은 아픈 몸과 마음 등 스트레스를 날리고 불행을 치유하는 기능이 탁월하다. 더운 성질은 딱딱한 물질을 부드럽게 하며 움츠렸던 마음을 활짝 펴게하는 마법 같은 작용을 한다. 추울 때 한 잔의 커피 혹은 한 그릇의 국밥을 먹어본 경험자는 공감할 것이다. 족욕은 전신욕 하기가 불편하면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목욕법 중 하나이다. 30∼40℃의 더운물에 복사뼈가 담길 정도의 물에 발을 지그시 담그면 더운 온기가 온몸에 퍼져 마음이 편해진다. 족욕의 목적과 효능은 피로를 풀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지속하여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발이 신체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지만 또한 발만큼 무시당하는 신체부위도 없을 것이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적절한가에 따라 연료 소비의 효율성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계절 따라 공기압 조절이 다르게 나타난다. 발은 자동차의 타이어와 같다. 출발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할 대상이며 돌아와서도 당연히 돌보아야할 대상이다.

중국을 여행할 때마다 족욕과 발마사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보니 지칠 대로 지친 발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서다. 여행할 때만 억지로 족욕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정착하면 국민건강 뿐 아니라 개인건강에도 많은 도움이되리라 믿는다.
 따뜻한 성질은 차고 굳은 것을 부드럽게 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말하기에는 새삼스럽다. 식어서 딱딱해진 떡가래를 더운물 혹은 열을 가하면 부드럽게 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절기의 족욕과 목욕은 차가운 날씨에 뭉쳐진 심신을 녹여주므로 권장할만한 건강유지법이다. 목욕은 사람만이 즐기는 행위는 아니다. 물소, 호랑이, 원숭이도 한다. 물소와 호랑이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여름에 소개되지만 일본의 원숭이는 체온을 높이기 위해 겨울에 온천을 한다. 온천하는 원숭이는 꽤나 즐기는 듯 목까지 몸을 담그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에 잠겨있는 듯 한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울산에는 족욕하는 백로가 있다. 월동하는 개체에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기도하지만 백로의 족욕을 확인할 수 있다. 백로의 족욕은 매년 1월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1월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관찰결과 기온이 영하권으로 급강하하는데 따른 현상으로 나타난다. 
 지난 1월의 평균 최저 기온은 영하 2.3℃이었으며 영하권은 모두 21일이였다. 1월의 삼호대숲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백로의 최대 개체 수는 59마리였으며 최저 개체 수는 10마리로 관찰됐다. 대숲 숙영이 10마리로 카운트된 1월 20일은 최저 기온이 영하 7.9℃이었다. 이날 수중 숙영 백로는 44마리로 집계됐다. 최저 기온이 영하 11.4℃인 1월 24일은 23마리의 대숲 숙영과 38마리의 수중 숙영이 관찰되었다.

월동하는 백로는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 잠자리에서의 이소시간이 빨라진다. 전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것 같으면 아예 대숲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물에 발을 담그고 잠을 잔다. 수중 숙영인 셈이다. 월동하고 있는 백로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수온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체온을 유지하는 법을 학습을 통해 이미 터득하고 있다. 이는 백로가 미세한 온도차를 활용하는 탁월한 기능을 갖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영하의 기온이 수일간 지속될수록 백로의 족욕 횟수와 족욕 시간은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일명 놀라운 기관이라는'원드넷'의 개페기관을 활용하여 기온보다 높은 수온을 이용하여 체온을 높여 월동하는 생존 방법으로 진화된 것이다.

또한 작은 체구의 쇠백로는 백로의 다른 종에 비해 발사용이 능숙하다. 노란 발가락 세 개를 이리저리 더듬어 가면서 작은 물고기를 놀라게 한다. 놀란 물고기는 이리저리 튀어 오른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예리한 부리 끝으로 쪼거나 잡아먹는다. 기온보다 높은 수온으로 족욕을 하며 겨울을 나며 발을 더듬어 먹이를 잡는 백로의 생존진화가 경이로울 뿐이다. 생물은 어떤 것이던 인간중심으로 결코 판단할 수 없는 존재가치가 있다. 누가  감히 이들을 향해 가치나 수준을 깎아내려'새대가리'라고 폄하할 것인가? 반드시 공존의 가치로 공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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