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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는 소설 속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이다.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의 처녀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ある)' (1905)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고양이를 1인칭 화자로 해서 고양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내가 이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대학교 4학년 때이다. 졸업논문을 쓰려고 여러 작품을 읽고 있었을 때 눈에 들어온 소설이다. 그리고 결국 나는 이 작품으로 졸업논문을 썼다. 그런데 졸업논문을 혼자 쓴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팀을 이루어 작성했다.
 마침 나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친구를 만나 의기투합해서 공동으로 작성하기로 한 것이다.
 그해 여름방학 동안 우리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함께 책을 꼼꼼히 읽고, 서로 의논하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해가면서 논문을 완성하였다. 지금 돌이켜 봐도 졸업논문을 꽤 진지하고 본격적으로 작성한 것 같다,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한 문장, 한 문장, 표현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위트에 넘친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본 이 작품은 더욱더 큰 작품으로 다가왔다. 역시 나쓰메 소세키 작품이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로 시작되는 이 문장도 유명하다. 이 첫 문장도 독서를 즐겨하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나가 외울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주인공인 고양이가 어느 날부터 중학교 영어선생님인 쿠샤미를 주인으로 여기며 살게 된다. 주인인 쿠샤미 일가와 쿠샤미 집에 모이는 그의 친구들 및 제자들의 세대를 고양이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보더라도 소설의 느낌을 알 수가 있다.
 주인인 쿠샤미는 한국어로 '재채기'란 뜻이고, 쿠샤미의 옛제자이며 과학자로 상당한 호남으로 묘사된 칸게츠는 '차가운 달'이란 뜻이다. 또 쿠샤미의 친구로 미학자인 메이테이는 '술에 취함'이란 뜻이며, 그는 거짓과 궤변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이 취미이다.

 이렇듯 예사롭지 않은 등장인물의 이름에서부터도 이 작품의 성격을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논쟁을 고양이가 들어서 전해주는 식으로 전개되는 내용은 언제 읽어도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인간을 처음 대면해서 쓴 인상이다. '털로 장식해야 할 얼굴이 미끌미끌해 꼭 주전자 같다. 많은 고양이를 만났지만 이런 등신과는 한 번도 부딪힌 적이 없다. 게다가 얼굴 한복판이 너무 튀어나왔다. 그리고 콧구멍으로 가끔씩 뿌욱 뿍 연기를 내뿜지 않은가. 어떻게 해도 코가 맵기만 해서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이것이 인간들이 피우는 담배라는 것을 요즈음에 와서야 알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양이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단순하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울 때는 죽어라 하고 운다. 게다가 일기 같은 쓰잘머리 없는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라든지, '인간이란 동물은 사치스럽기 짝이 없다. 발이 네 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두 개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사치다. 네 발로 걸으면 그만큼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언제나 두 발로만 걷고, 나머지 두 발은 말린 대구포처럼 하릴없이 드리우고 있는 건 우습기만 하다.'

 고양이 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묘사 한 것인데 나름 설득력 있다. 정말 실제로 고양이의 시각에서 인간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게다가 이들 등장인물들은 각각 당시 실존한 모델이 있었다고 한다. 쿠샤미는 작가 소세키가 모델이라는 하며, 메이테이는 당시 미학자인 오쓰카 야스지가 모델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작가 소세키가 부인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더욱 더 큰 작품으로 다가왔다. 아마, 분명히 대학교 시절에 읽었을 때는 웃음과 풍자 위주로 재미있게만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읽어본 이 작품은 소세키의 방대한 지식과 그의 철학을 엿 볼 수가 있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내가 읽은 한국어로 된 번역책의 번역이 오류가 많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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