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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3월은 설렌다. 입학식이 있는 달이기에 그렇다. 입학은 새로운 시작이고 새 출발이고 설렘이다. 유치원이 없었던 시골에서 자란 나는 초등학교 입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학교에 가면 예쁜 선생님이 노래도 가르쳐주고 알사탕도 주실 거야.' 이런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엄마를 들볶았다. 언제 학교 가느냐?고. 손꼽아 하룻밤 자고 일어나 묻고 다음 날 또 묻고…. 입학 날의 추억을 떠 올리면 지금도 행복하다.

 얼마전 뉴스다. 초등학생인 딸의 일과표가 밤 12시까지 이어졌다. 학교 일과를 마치고 태권도, 피아노, 영어 수학 학원을 돌고 들어오면 늦은 밤. 숙제를 못했으면 새벽까지 해야 했다. 보다 못한 남편이 이혼을 신청했다. 법원도 남편의 손을 들었고 아이의 양육권은 남편이 맡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아이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엄마는 이것 저것  강요하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지만 '보다 나은 삶'이 무엇일까? 어른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에겐 아이 나름대로 생각과 꿈과 목표가 있고 나름대로 자유가 필요한 인격체로 바로 보는 눈을 가져야한다.

 우리 부부는 별난 사람이었다. 둘 다 교직에 있었는데도 아들이 감성이 풍부한 고교시절을 새벽에 나가 별 보고 들어오는 생활로 보내는 것이 안타까웠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소년 시절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쫓기지 않고 하늘과 바람과 꽃의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바탕 위에 인생을 설계했으면 했다.

 진로를 과감하게 음악으로 바꾸고 (아들은 초등학생 때 kbs 방송국 합창단이었다) 비평준화여서 치열했던 밤 수업을 레슨을 받아야한다는 핑계로 넘기고 무난히 서울예고에 합격했다. 예고를 마치고 바로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지금 아들은 독일에 살고 손녀는 독일 사립초등학교 2학년이다. 학급 반장이다. 반장이 된 날 손녀가 전화를 했다. "할머니, 오늘 반장 투표를 했는데요. 저 반장 됐어요. 선생님께서 한번 반장했던 사람은 두 번 반장을 못한대요. 다른 친구에게도 기회를 줘야한대요." 이런 제도도 합리적이다. 한국 엄마들은 독일에서도 극성이다.

 예습, 복습을 얼마나 시키는지 시험은 거의 100점이다. 그런데 받아든 성적표는 그게 아니었나보다. 시험지를 들고 선생님을 찾아갔단다.  "어머니, ○○는 학습 참여도가 점수에 미치지 못합니다. 공부시간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대화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질문과 대답, 토론에도 잘 참여해야 합니다." 달달 암기해서 답안지에 정답을 잘 쓰는 학생을 결코 '최고'라고 말하지 않는 게 독일 교육이다.

 무엇보다 자기 생각을 활발히 말 할 수 있는 수업, 질문하고 답하고, 왜 그렇지? 토론이 이루어지는 교실에서 수업 받는 손녀. 검은 머리가 손녀 한 명뿐인 교실 안에서 당당히 반장을 하며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는 손녀를 생각하면 안심이 된다.

 독일은 겉보다 속을 중요시한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수영등급을 따야한다. 수영 폼은 중요시하지 않는다.바다에 빠졌을 때 스스로 헤엄쳐 나올 수 있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학년에 맞는 깊이의 물 속에 들어가 봉을 주워 들고 오는 수영이다. 손녀는 수영에서도 일등급을 땄다.

 3월이다. 노랑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교문에 들어서는 모습에 가슴이 설레이고 있다. 어린왕자가 말했지. '어른들은 꼭 보이는 대로 말해. 이게 보아 구렁이인데 모자라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 키워주고 꿈을 더 부풀게 해주는 선생님. 눈만 뜨면 보고 싶어지는 선생님. 그래서 선생님도 아이들도 행복한…. 아이가 자라 엄마가 돼서도 떠올리면 행복하고 그리워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그런 추억을 심어주는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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