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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학장

저출산의 문제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큰  문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전쟁이나 거대한 자연 재해보다 더 큰 국가적인 재앙의 근원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저출산으로 인한 결과가 느리게 나타나고 당장 눈에 보이는 급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이든 국가든 다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가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이 지속된다면 2023년에는 우리나라의 인구가 5,068만 명이 되고 2100년에는 2,468만 명, 2500년도엔 현재 인구의 0.7%인 33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경악할만한 통계자료가 나와 있다. 33만 명이면 우리 민족의 소멸단계에 이른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수치다.

 이런 장래의 국가 존망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저출산은 가족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해체시키는 근원이 된다. 저출산의 문제가 고령화 사회로 이어져서 생산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노인 부양비가 증가하여 사회적인 불균형을 낳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인구가 줄면서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서 생산성은 떨어져서 총체적으로 사회가 침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저출산 현상은 일종의 선진국 병이라 할 수 있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던 문제가 우리에게도 이젠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저출산은 여성들의 학력 신장과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만혼이 늘어나고 그 결과 출산 연령이 높아진 것이나, 청년 실업률의 증가, 양육비와 교육비 증가, 직장 여성들의 자녀 출산 기피 현상을 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개인 중심적인 사고의 팽배로 인한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 연구기관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행한 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이런 풍조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설문에 응답한 청소년 52.6%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그렇게 응답한 여학생의 비율이 62.4%로 남학생 비율인 43%보다 더 높았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답한 청소년이 8.1%나 되었으며 자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답한 청소년이 55.2%에 지나지 않았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의식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소년들이 결혼이나 자녀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교육의 실패로 밖에 볼 수 없다.

 교육의 목표는 개인의 행복과 가치로운 삶을 추구하게 하고 번영된 풍요로운 미래 사회를 만들어 가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보다 앞설 수는 없다. 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는 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완성이란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아이를 가지는 것이 행복 추구의 근원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생물학적이며 철학적이다. 인간은 출산을 통해서만 생물학적인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개인의 발전과, 개인의 행복에 근원이 된다는 것은 결혼과 출산이 개인의 삶을 연장시켜 주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의 이런 숭고한 가치를 어려서부터 가르쳐 주어야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가장 순수한 사랑이며 아름다운 헌신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며 인간으로서의 의무라는 가치관을 심어 주지 않고서는 저출산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결혼과 출산을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숭고한 행복추구의 길이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공교육을 통해서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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