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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 쑥국
                                                                    류윤모

산란을 끝낸,
새살 뽀드득 뽀드득 차오를 때쯤의
물 좋은 싱싱한 도다리와
설한풍에 얼고 녹기를 거듭하던
귀때기 새파란 햇쑥을 넣고
한 소큼 끓여 내놓는
도다리 쑥국이 별미라 했네
뱃속에 소담스런 알집을 품어 
후련히 어미 노릇 끝낸 도다리와
현기증 나는 보릿고개 넘고 넘어
간난고초로 어린 것들 젖 물려 키워낸
질기디 질긴 생명력의 쑥은
원초적 모성의 조합이라서
놓아버린 입맛을 당겨온다고도 했네
쑥은 도다리의 비린내 없애주고
도다리는 쌉싸름한 쑥내음 잡아주는
풋사랑 건네고픈 쑥의 간절함과
제 살 보시하고자 아낌없이 내놓는
도다리의 어진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의 흉허물 덮어주고 안아들여
봄빛으로 애틋하게 풀어내는
도다리 쑥국 마주하고
순한 눈빛으로 깊어져
저절로 사랑이 전해지는


● 류윤모 시인- 1992년 지평의 시인들 10집, '예술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내 생의 빛나던 한 순간' 등 펴냄. 2014년 14회 울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 울산문인협회, 울산시인협회 회원, 예작 동인.

 


 

금싸라기 같은 봄볕 아까워 어촌의 아낙들은 뭐라도 햇빛에 널어 말려야 합니다. 미역, 다시마는 물론 파래, 가자미, 멸치 등속을 채반에 담아 파도소리 뒤채는 모래사장에 내놓습니다.

 종일 햇빛에 널어 말린 가자미가 꾸덕꾸덕해지면 매콤하게 양념해서 조려 밥상에 내 놓으면 그 또한 밥도둑입니다. 바닷바람이 입춘, 우수 경칩을 거치며 어느새 눅진눅진해졌습니다.
 정자, 주전이나 수렴 어디쯤만 가도 울산 시내에서는 맛보기 힘든 상쾌함. 길손은 명주고름같이 부드럽게 목덜미에 와 감기는 때 안탄 바람이 좋아 바늘쌈지처럼 쏟아져 내리는 예각의 햇살 속에 섭니다. 어디선가 간장 달이는 냄새가 감미롭습니다.

 하지만 산천에 들판에 파릇파릇한 쑥이 돋아날 즈음이면 뭐니뭐니해도 도다리쑥국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겨우내 놓았던 입맛을 당겨오는덴 역시 파릇한 빛깔이 마치 주산지에 잠긴 물푸레나무처럼 제대로 우러난 도다리 쑥국 한 그릇이면 으뜸입니다.
 다리와 쑥의 궁합으로 이룬 맛인지라 어느새 밥 한그릇 뚝딱입니다. 모처럼 마음 가는 벗과 짬을 내어 바닷가로 드라이브 나오길 잘 했나 봅니다. 류윤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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