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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거대한 정신 병동인가? 미칠 것 같은 세상에 같이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우리를 미치게하는 것은 과연 뭘까? 돈? 명예? 권력? 전쟁? 그러고 보면 인류 역사는 미치광이들의 광기에 의해서 분열되고 살인과 전쟁이 난무했던 역사인 것만 같다. 그런데 이 미치광이들의 인간사는 오늘 현대사에도 계속되고 있음이 더한 비극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여전히 살상무기인 핵개발에 광분하고 있다. 그뿐인가? 아침에 눈을 뜨면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전 세계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테러나 지진, 종교 분쟁에 따른 전쟁이나 학살은 말할 것도 없고 친족간의 살인은 오늘 뉴스에도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물질 만능주의는 인간의 도덕성마저 파괴시키고 있다. 도저히 미치지 않고는 제 정신으로는 살아 갈 수 없는 미치광이의 세상을 오늘도 우리는 다행하게도 정상인으로 살아 냈다.

 중구 J아트홀에서 20일까지 막을 올리는 뮤지컬 '루나틱'을 보면 우리네 인간 삶의 씁쓸한 단편들을 무대 위에서 함축해 보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루나틱은 라틴어로 미치광이란 뜻이다. 극중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은 그래서 당연히 정신 병동에서다. 정신이상자로 입원한 환자 3명이 미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삶의 내력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첫 번째 환자인 극중 나제비는 이름만큼이나 극중에서의 모습도 흥미롭고 웃음을 자아낸다. 선배의 아내를 유혹해 성공했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그 아내가 교통사고로 자살을 하는 모습을 보며 죄책감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정신이상자가 되고 만다.

 두 번째 환자인 60대의 고독해라는 인물은 남편이 대학 강사로 일하다가 병을 얻어 드러눕게 된다. 10년이 넘도록 집에서 병간호를 하다가 부당하게 받지 못한 남편의 월급과 퇴직금을 받기위해 자신이 직접 은행을 찾아가 헤프닝을 벌인다. 하지만 2년 전 이미 남편이 죽은 것도 망각한 정신이상자로서 여전히 남편에 대한 아픈 그리움 속에 살고 있다.

 세 번째 환자는 스스로 정상인이라고 우기는 비정상인이다. 형수를 형님보다 먼저 사랑했지만 형수는 형님과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형님과 같이 사업을 하다가 형님이 갑자기 죽게 된다. 망해가는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먼저 사랑한 형수를 취하고 조카를 납치해 장인에게 돈을 요구하다가 법정에서 무죄를 받고 정신병동 치료를 받게된 비정상인.

 극중 닥터는 이들을 애정으로 돌보며 이렇듯 뒤죽박죽인 인간사의 애환과 고통들에 좌절치 않고 용기있게 다시 일어 서 맞서자며 노래하고 있다.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와 꿈이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노래한다. 하지만 이 정신병동에서 정신이상자들이 부르는 노래 속에는 칼날같은 독설이 숨겨져 있다.

 관객들을 향해 자신들이 처한 정신이상자들의 모습이 지금 헛된 욕망들을 쫓고 있는 여러분의 모습들은 아니냐며 역설하는 것이다. 자신이 정이상자인지 조차도 모르며 정상인인냥 착각하며 미친 듯이 살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니냐며 말이다. 이렇듯 우리 삶의 본질에 대해서 되묻는 그들의 노래는 그래서 비수처럼 관객들의 가슴에 아프게 박혀와 가슴 덜컹 내려 앉는 충격을 주었다.

 뮤지컬 루나틱은 자신들이 미쳐버리게 된 상황을 역할극으로 재현하며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희망으로 제시하고 있다.

 울산 지역민들을 위해 지은 J아트홀이 어느새 1년 여가 다돼 간다. 25년 동안 연극 배우와 공연 기획자로서의 경력을 지닌 허은녕 관장의 포부와 다짐이 신선하다. 기존의 뮤지컬 초청 공연 외에도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연극을 제작하고 공연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J아트홀을 활짝 열어 두겠다고 한다.

 그녀의 새 해 패러다임에 울산 시민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 주길 바란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또 흑색 선전과 비방이 끊이질 않고 있다. 네거티브한 선거전이 불보듯 뻔하다. 부도덕적인 것은 정상이 아니다. 거대한 정신병동에서의 선거전이 않되길 바란다. 부도덕성이 판을 치는 미칠 것같은 세상이 아닌, 정말 살맛나는 세상을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길 뮤지컬 '루나틱'을 보며 새 봄에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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