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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엄마들은 궁금하다. 특히 예능교육을 시작할 때가 된 아이를 두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피아노 교육의 첫 시작은 엄마의 마음가짐이다. 기술습득 인지, 음악을 접하고 느끼게 하는 것인지 어디에 더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교육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린이집, 유치원, 백화점,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단체로 하는 음악수업이 많다. 우리 꼬맹이도 다음 달이면 세상에 나온 지 겨우 24개월인데, 나쁜 엄마 때문에 이미 너무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맡겨졌다. 그곳에서 음악 그룹수업등 여러 특별활동을 한다. 음악을 듣고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악기를 흔들어 보는 활동들은 유아에겐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인류가 태초에 생겼을 때 그저 손뼉 치고 발을 구르고 소리를 내 감정을 표현한 원초적인 활동이 모여 오늘날 발전된 형태의 음악으로 이어졌듯, 이것은 아이의 음악적 첫 걸음일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다. 두 돌 아이한테 악기를 잘 다루길 바라는 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 그런데 6, 7세만 돼도 엄마들은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빠른 기술 습득을 원하는 것이다. 겨우 세상에 태어난 지 6, 7년 만에 빠른 발전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 아닐까?

 만약 우리 아이가 빨리 피아노를 잘 연주하길 원한다면 오히려 남보다 늦게 배우게 할 것을 권한다. 순전히 내 의견을 말하자면, 7세 6개월 이후 혹은 8세부터 피아노를 시작하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아이 마다 개인차가 있어 다르겠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유아기에 3~4달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을 것이다. 왜 초등학교를 8세 때 시작하겠는가. 그 시기면 아이들에게 몇 달 차이는 문제되지 않고 지식을 습득할 만큼의 능력이 준비돼서 그런 것 아닐까.

 피아노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작은 사이즈가 없다. 다시 말해 성인악기인 것이다. 가정용 그랜드 피아노가 155㎝정도 된다면 연주용은 최대 225㎝쯤 되니 훨씬 크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네모난 피아노는 '업라이트'라고 하는데 이것은 피아노 줄을 수직으로 해 크기를 작게 만들어 보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5~6세 아이에게는 크다.

 이런 문제 때문에 조금 늦게 배우기를 권장한다. 아이 손이 좀 더 크고 몸집도 커지면 악기를 다루기도 더 쉬워질 테니 말이다. 괜히 너무 어릴 적 아이가 피아노를 쳐보고 싶다고 아이말만 듣고 덜컥 배우게 하는 것은 오히려 나쁜 습관과 더 이른 포기와 단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냥 피아노를 마구잡이로 두드리다가 정확하게 악보를 보면서 양손을 동시에 다른 음을 누르며 적절한 힘을 주어 건반을 치며 자기 소리를 듣는 건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을 풀가동 해야하는데 얼마나 큰 집중력이 요구될까.

 8세 미만 아이들이 즐겁게 쓸 수 있는 집중력은 5~10분에 불과하다고 피아노 교육학에선 말한다. 그런데도 엄마들은 한 시간 수업에서 거의 내내 피아노를 치길 바란다. 성인도 힘든 일이다. 아이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그건 무시되고 무조건 많이 시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음악을 결국 멀리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우리 엄마는 피아노 선생님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모두 피아노를 배울 때도 엄만 나를 학원에 보내지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7살 추석 무렵이었을 테지. 또래인 사촌이 피아노를 배운다며 자랑을 하자 내 인내심과 서러움이 폭발했던 걸까? 별로 떼쓰거나 조르지 않았던 내가 피아노 학원을 보내달라며 떼를 쓰고, 드디어 겨울쯤 피아노를 배우게 됐다. 그리고 불과 몇 달 후 학원 연주회에서 내 생애 첫 연주를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모든 걸 습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든 것은 엄마의 계획이었단다. 두 살 터울의 오빠를 7세 이전 엄마 욕심으로 직접 지도해 보니 소용없는 일임을 깨닫고 엄마가 생각한 적절한 시기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엄마의 뚜렷한 교육적 주관과 지혜로움으로 내 첫 피아노  교육은 그렇게 시작됐고 이후로도 잘 이어져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너무나도 감사드린다.

 모든 교육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어린시기 일수록 교육 목표는 집중력, 인내심, 자신감을 키워주는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나부터가 걱정이다. 과연 내 아이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이끌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오늘도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수많은 엄마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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