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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란
                                                                  장선희
제 몸 허옇게 드러내는 곳 있네
헤진 옷자락같이 떠도는 물줄기
그곳은 타클라마칸의 젖줄이라네
퉁퉁 분 젖줄을 거슬러 은고기 찾던 사내들
솟대가 된 소하묘 나무, 그 속을
바람은 거룻배처럼 드나들었네
소금 기둥에 매여 있던 누란 미녀
배 형상 관을 저어 사천 년을 건너왔네
바람에 새겨놓은 목소리 초원 가득 돋아있네
화적처럼 떠돌던 사내들이 머문 로프노르
한번은 여자를 살고 또 한번은
남자를 살기 위해 돌아와야 하는 땅
목마름은 수천 년 물을 마셔도 달랠 수 없는 걸까
이정표 없이 걸어온 맨발이 목젖을 드러내는 곳
길 잃는 것은 죽음과 같아서
사랑은 모래바람으로 돌아와 쌓이는데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땅
머리에 꽂힌 해오라기 깃털 멀리 던지고
나, 헛구역질하듯 소금호수에 들어서네

● 장선희 시인 - 경남 마산 출생. 2012년 웹진 '시인광장' 1회 신인상 등단, 제5회 월명문학상 수상.

 


 

삶은 비록 짧지만 그러나 그 짧은 삶 속엔 전생과 후생이 다 녹아 있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의 우리 삶을 그립게 만든다.
 다시 살아보고 싶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아쉬움이 아무리 커도 지금의 삶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무작정 걷고 싶을 때가 있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지만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고향은 아니어도 고향 같은 그리움이 있는 곳이 있다. 생활이 고달파 여행을 가지 못할 때엔 책으로라도 여행을 해주어야 한다.
 한 때는 많은 물이 흘러들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말라 소금호수가 된 로프노르, 죽어 관 속에 들어갔다가 4천 년 만에 발견된 미이라를 보고, 그 아득한 삶을 지금에 접목해서 바라보는 시선이 참으로 깊고 서늘하다. 시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것들이 있기에 비록 현실이 소금처럼 짜더라도 헛구역질하듯 기어코 우리는 들어서야 하는 것이다. 권기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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