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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학연구소장

어느 식당의 메뉴에 '우리의 전통 천일염만 사용한다'는 자랑스런 문구가 있었다. 주인은 천일염이 우리의 전통방식이고 미네랄이 풍부해 정제염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자랑했다. 나는 평소 정제염을 선호하는 터라 싱겁게도 주인의 오류를 지적했다.  

 우선 천일염이 우리의 전통이 아니다. 오늘날 바다는 조선시대나 그 이전에 비해 많이 오염됐으며 각종 불순물이 포함돼 있고 천일염에 미네랄이 더 많다고 하지만 그 밖의 유해물질의 위험은 없는지. 정제염을 먹는 사람은 미네랄이 부족해 병이 들 가능성이 있을까 의문이다.

 울산의 한 소금 제조공장을 방문해 다양한 정보를 듣고 몇가지 참고 자료를 읽은 뒤 정제염 선호가 더욱 확고해졌기에 식당 주인을 계몽(?)하는데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다.

 소금은 천일염과 정제염으로 나뉜다. 천일염(天日鹽)은 일정한 공간에 바닷물을 가둬 놓고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얻는 소금이고 정제염(精製鹽)은 원염을 녹여서 불순물을 없애고 재결정시킨 소금으로 그만큼 깨끗하고 위생적이다.

 천일염은 우리 전통이 아니라 대만의 전통으로 일제가 강요해 도입된 것이었지만 현재 일본이나 대만은 천일염 자체를 포기했고 1천년 역사를 가진 프랑스 게랑드 소금도 식용보다 관광 자원화로 활용 중이다. 우리 선조들은 바닷물을 끓여 불순물을 줄인 자염(煮鹽)을 선호했을 뿐이다. 신화로 굳어진 우리나라 천일염은 사실 1950년대 만든 것이다.

 1960년대에 맹독성 비소 논란과 1970년대에 황산마그네슘의 독성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고 결국 1997년 정부가 '염안정기금'을 조성, 염전 폐지 정책을 시행했다. 이처럼 퇴출 대상이었던 천일염이 극적으로 되살아난 것은 역설적으로 지역균형발전 정책 덕분이었다.

 2006년 식약청이 처음으로 식용 천일염의 기준을 만들었고, 2008년 지식경제부가 신안군을 명품 천일염 생산을 위한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해 천일염을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했으니 천일염 신화 역사는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천일염 신화는 과학적으로도 설득력이 적다. 천일염의 염도가 낮은 것은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탓이다.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소금을 이루고 있는 염화나트륨 자체가 미네랄이기 때문이다.

 또 소금으로 섭취하는 미네랄의 양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인체에 꼭 필요한 유기미네랄은 채소·과일 등 일반식품으로 섭취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소금을 3년 묵혀 간수를 뺀다는 말은 소금에 들어 있는 광물질(마그네슘)을 제거하고 염화나트륨만 남게 해 소금다운 맛을 내기 위함이다. 정제염은 이런 과정을 이온교환수지라는 과학적 처리로 순도를 높이고 위생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더 과학적이고 위생적이며 안전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정제염을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천일염을 식용해도 불순물을 제거한 뒤 정제한 소금을 사용한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깨끗하게 만든 정제염에 대해 괜한 거부감이 없다는 말이다. 생선을 염장하거나 채소 절임할 때 또 양치를 할 때 천일염이나 죽염을 사용한다고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식품에 첨가해 맛을 내고 양념으로 사용하려면 불순물이 제거된 정제염이 우리에게 맞다.

 우리나라의 소금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 최고의 소금을 37년 동안 울산에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동해 바닷물을 취수해 어떤 첨가물이나 불순물, 중금속도 없이 과학적 위생적으로 만든다. 단백질을 파괴하는 간수 성분이 없어 재래소금보다 음식 고유의 맛과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는 장점도 있다.

 모든 소금은 짜다. 또한 모든 소금은 사람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위생적이고 더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소금을 먹어야 한다. 조작된 신화보다는 과학을 믿는 게 옳은 것이기도 하다. 이것이 내가 배운 소금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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