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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강 지방하천 친수환경정비사업으로 둔치를 새로 만들어 보도 전용 산책로 만듭니다. 길포장은 기초로 콘크리트 깔고 우레탄포장을 합니다."
 동천강 바닥 모래를 파내 제방 옆을 따라 쌓는다. 약 2미터 정도 높이로 울산공항이 있는 동쪽제방 아래 둔치를 새롭게 만드는 공사 중이다.
 파낸 하천바닥에는 콘크리트구조물이 직선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 만든 둔치에 돌 붙임을 하기 위함이라 한다.
 파낸 모래들은 덤프트럭에 실려서 강 하류 쪽, 둔치가 없던 하천바닥에 붓는다. 굴삭기는 모래를 펴서 둔치를 만들고 있다.

 둔치아래를 파내는 작업은 계속 이어진다. 하천 반대편인 서쪽도 농소하수종말처리장 오수관로를 묻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4대강 공사 현장을 뉴스로 보던 장면 같다.
 문제는 이 사업이 '고향의 강 사업으로 친수 공간 확보를 위한 하천정비사업'이라는 점이다. 예전 고향에 있던 하천은 누구라도 하천모래밭을 지나 물에 들어가 멱도 감고 물고기도 잡아 매운탕도 끓여먹던 모습들이다.
 직선호안 둔치는 물과 접하기 더 힘들게 한다. 바라만 봐야 하는 강이 되고 만다.
 이대로 공사가 되면 물고기가 알을 낳던  물가 모래와 하천습지인 여울을 없이 없어진다.

 또 직강 하천이 되어 빨라진 물살에 물고기도 살기가 힘들어 진다. 새들도 먹이활동이 어렵게 된다. 홍수나 가뭄에도 취약해진다. 동천강 600여 미터 이상의  하천습지는 사라지게 됐다.
 한편 새로 만들어지는 둔치에는 폭 3미터의 보행전용 산책로가 만들어진다. 바닥에 기초콘크리트로 포장하고 우레탄을 깐다. 빗물이 스며들지 못한다. 방수하천이 된다.
 80년대 한강을 정비를 해놓은 모습과 흡사하다. 잘못된 시공이라 했다. 한때는 직선 호안을 걷어 낼 때도 있었다.
 그런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안타깝다.
 태화강도 예전에는 모래가 있고 쉽게 강물로 뛰어들었으나 지금은 호안둔치로 인해 물은 깊어지고 모래가 사라져 들어갈 수가 없다.

 그에 반해 강바닥 둔치에는 각종 꽃도 심고 포장된 깔끔한 산책로가 있는 공원처럼 됐다. 이를 생태공원이라 부른다. 겉보기에는 아름답게 꾸며져 좋다고들 한다.
 강 입장에서 보면 유기물공급으로 강물오염의 비점오염원이다. 이를 녹색세탁(Green washing)이라 한다.
 동천강도 녹색으로 위장크림이 발리고 있는 꼴이다. 사람들이 걸을 공간이 없던 동천강 양안 모두가 사람들이 걷고 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 친수 공간 확보 사업이라고 한다. 물과 더 멀어지는 사업이고 보행환경을 좋게 하는 것이 어찌 하천정비사업이 되겠는가?

 강의 주인은 산책하는 사람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하천의 생물들이 잘 살도록 하는 일이다. 이 같은 하천 죽이는 사업이 '고향의 강, 생태하천정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세금 수십억이 집행되고 있어 문제다.
 진정 사업명칭에 맞게 합자연적인 사업으로 변경돼야 한다.
 콘크리트, 우레탄포장 된 보행자도로 옆으로는 계절별로 꽃도 심고 가로수도 심어질 것이다.
 나무와 꽃이 필요로 하는 거름성분은 어김없이 하천으로 유입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녹색 세탁된 강 위로 걸으면서 좋다고들 한다. 하천관리정책이 국가적으로 잘못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낳게 됐다.

 그리고 동천강 동쪽 제방 위에는 자전거도로가 있다. 이를 활용해도 충분하다는 의견들도 있다.
 자전거도로의 폭을 줄이고 남은 제방위쪽을 활용해서 산책공간을 만들면 된다.
 동천강은 강폭이 좁은 지방하천이다. 그래서 서쪽을 주로 사람들이 이용하고 동쪽은 사람들의 발길이 안 닿는 곳이 많았다.
 새들의 공간이었다. 이제 새나 물고기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둔치가 만들어지면서 홍수 시 물이 흐를 공간이 부족해졌다. 강물이 흘러갈 관이 작아졌다.
 그래서 향후 전체 하천을 준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준설을 하게 되면 그나마 남아있던 생물서식처 마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강에는 모래와 자갈이 많아야 한다. 이것이 고향의 강이고 원래 강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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