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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의 거리는 현란한 단풍 쇼가 펼쳐지고 있다. 도시공간에 이렇듯 황·홍·록이 어우러짐은 그나마 복잡한 세태에 뜻밖의 선물로 여겨진다. 이참에 울산 12경에서 문수경기장과 대공원 및 문수로의 단풍 1경을 보태 울산13경으로 정리가 된다면 조금은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이 들지 않겠는가.
 입동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겨울을 맞이할 때다. 마치 기다린 듯이 닥친 차가운 날씨와 함께 다가온 여러 소식들은 그렇게 유쾌하지가 못하다. 이토록 붉고 노랗고 또 노란 단풍의 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일들은 그렇게 원활하게 잘 돌아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이 6자회담에 조건 없이 나오겠다는 말은 반갑지만 그렇다고 한 시간도 안돼서 우리 정부에서는 쌀과 비료를 주겠다니 참 어처구니 없고 자존심도 상한다. 그렇게 주는 것이 바쁘고 급했단 말인가. 대의명분은 있어야 할 일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적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결정하려는 속내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미국·중국·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끼지도 못한 우리나라의 구겨진 자존심은 국민들로 하여금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이쯤에서 더욱 가관인 것은 모 정당의 노 모 국회의원은 "북한은 남한이 인도적 지원을 중단한 것을 보고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 같다. 다른 더 큰 지원이 끊어진 것보다 이것이 북한으로선 모욕당한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고 전하면서 정부의 쌀 . 비료지원의 재개를 촉구하는 인터넷의 기사를 읽고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고 결과적으로 핵은 핵대로 인정해야하는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정리해야 될지 암담하다. 그들의 모욕은 모욕이고 우리가 겪을 모욕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더욱이 우려됨은 아직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이목이 집중되어 자제하고 있겠지만 앞으로는 핵으로의 위협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할 때 우리가 겪을 일들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더욱이 북한의 핵실험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여론이 30%를 넘어섰다면서 결국 미국이 북으로 하여금 핵 실험케 하였다는 논리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사람으로 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설득력 또한 없음은 분명하며 동맹국에 대한 예의에 절대 어긋난 발상이다.
 노 모 국회의원이 소속한 정당은 너희들은 떠들어도 우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식의 행동은 이미 수없이 경험한 터라 그렇게 애가 타지도 않는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반핵투쟁으로 일관하면서 북한의 핵은 미국 때문에 불가피했을 것 이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금 흐르고 있는 국제사회의 물결과도 반대로 흐른다는 것쯤은 삼척동자가 아니라 지나가는 강아지도 알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에서나 우리나라에서 강하게 항의하면 상소리가 되는 발상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국회의원들은 정치인이지 외교관이 아님을 모를 리 없을 터 인데 '외교적 언사' 운운하니 이것 또 무슨 말인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단연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주의에 입각한 나라이며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다. 이 정체성마저 왜곡되고 훼손되면서까지 햇볕을 보낼 까닭이 없다.
 떨어지는 잎 새 하나가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는 말처럼 지금의 잘못된 현상들을 통해 느끼는 부분들과 조짐들이 말 그대로 기우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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