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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아 키운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낳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1년이라니.
 격세지감이란 말을 이럴 때 쓰면 되는 걸까. 돌이켜보니 아이가 자라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함께 보낸 즐거웠던 추억들을 잊지 않고서 꼭 간직하고 싶다.
 아이가 평생 부모한테 줄 수 있는 기쁨은 이 1년이란 시간 동안 거의 다 받게 된다는 얘기도 어느 책에서 읽은 듯하다.

 그 책에서 작가는 이 때 아이가 부모에게 준 기쁨을 잘 기억한다면, 향후 아이가 내 욕심대로 잘 따라주지 않더라도 그리 섭섭하거나 괘씸하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지난 주말에 드디어 아이의 돌잔치를 했다. 돌잔치를 할 건지 말지 여부도 많이 망설였는데 결국 하기로 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
 때로는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되고 기쁜 마음이 더 컸다. 돌잔치를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자부했다.
 돌잔치 전날에는 아기가 감기에 걸려 많이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다. 마음이 무거웠지만 돌잔치 당일 콧물을 많이 흘리는 것 이외에 특별히 아프거나 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였다. 우여곡절 끝에 돌잔치를 끝내고 나니 아쉽기도 하면서 후련하기도 한 마음이 시원섭섭하다고 해야 맞는 것 같다.

 대소사를 치른 느낌과 같이 확실히 후련하기도 했고, 섭섭했던 점은 남편이 돌잔치 준비에 도움을 주지 않았던 점과 남편 쪽의 지인들을 몇 명 초대하지 않은 점이다.
 다른 집 사정들도 비슷하겠지만, 필자는 아기 엄마 입장에서 내가 갔던 쪽과 앞으로 가야할 쪽을 일일이 연락을 해가며 초대를 했기 때문에 더 속상한 마음이 큰 듯하다.
 그러한 아쉬움과 함께 아들의 첫 생일, 의미 있었던 날의 기억이 며칠이 지나도록 또렷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지인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서 호텔에서 돌잔치를 했지만 값비싼 한복 대여와 액자 등은 내키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평상복을 입고 행사에 임했고 값비싼 액자대신 직접 그린 아이의 초상화를 전시했다. 답례품으로는 직접 만든 작은 선물을 전했다.
 요즘 첫째 엄마들은 결혼식 후에 돌잔치를 준비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돌잔치에 상당한 정성을 쏟아 붓는다.

 최고급, 럭셔리 등의 단어와 함께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돌잔치 비용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내 자식에게 최고로 해 주고 싶다는 심리가 은연중에 스며든 것이다.
 이렇게 화려하고 거창한 돌잔치를 '한 번은 하지만 두 번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엄마들은 많은 준비와 투자를 한다. 결과적으로 힘 들이고 거금을 투자한 돌잔치를 끝내고 나면 둘째는 돌잔치를 결국 생략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돌잔치를 준비하며 느꼈던 점은 아이에게 최고로 해주고 싶은 부모님의 심리가 고스란히 녹아 반영된 한국문화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돌잔치에서 '돌'이 의미하는 바는 '1년 12달을 돌았다.'는 뜻으로 1년간 아이가 무탈하게 자란 것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예전과는 달리 영아 사망률이 줄어들어 돌잔치의 의미는 과거와 같지 않다. 오늘날의 돌잔치는 타인과의 비교와 보여주기 위한 허례허식이 잔존해 있는 듯 하다.
 최근 결혼식의 거품을 줄이기 위한 작은 결혼식이 성행하고 60세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한 환갑잔치 등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돌잔치도 이제는 간소화 되고 아이의 성장에 대한 기쁨을 서로간에 진심으로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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