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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쯤 전 우리는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세기적인 대결을 목도하였고, 지적 능력이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그 이후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였다.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로 이루어진 알파고와 한 인간과의 대결은 대국 규칙이 불공평하다는 공정성 시비에서 부터, 비록 4:1로 졌지만 대국 기간 내내 이세돌이 보여준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과 정신력에 대해 이야기하였고, 또 '알파고가 지능을 가졌는가? 아니면 사람이 시키는 대로 과업을 잘 수행하는 것에 불과한가?'의 물음에서부터 '인공지능은 장차 인류를 지배할 것인가?'에 대한 다소 불안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였으며, 심지어는 '알파고[高]가 어디에 있는 학교냐?'는 우스갯소리까지 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주위에서 알파고를 화제 삼아 이야기 하는 사람은 별로 볼 수 없고, 사람들은 늘 그렇듯이 잠시 관심을 가졌다가 곧 잊어버린 듯이 보인다. 사람들의 관심과는 별도로 경우의 수가 무수히 많아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던 바둑을 인공지능이 해내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며, 좋든 싫든 인간이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세상은 올 것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는 어릴 적 체스 신동이었고, 컴퓨터를 끼고 살 정도로 게임 마니아였다고 한다.
 남들보다 2년 빨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게임 개발사인 피터 몰리뉴에 들어가 '컴퓨터도 인간의 뇌처럼 똑같이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고, 그 연구를 위해 케임브리지대학에 진학하여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에 관한 이러저러한 기사를 보면서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은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하고 그 후에 다시 직업을 얻기 위한 공부를 따로 하는 소모적인 시간을 보낸다.

 더구나 이혜정 교수의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는 서울대 안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의 공부법에 관한 연구를 수년간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놀랍게도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답안을 써 낸 학생들이 아니라 교수들의 강의를 토씨 하나 빼지 않고 메모하고 이를 그대로 시험 답안에 써 낸 학생들이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수용적 학습을 요구하는 우리 교육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올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은 직업을 갖게 될 것이며, 앞으로 5년 간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 '이라고 한다.

 지식의 유효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초등학생 중 65%가 갖게 될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라는 것도 누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스스로 발굴하고 만들어내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학생들은 기존 정보를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볼 수 있는 사고력이 있어야 하고, 학교는 그에 걸맞은 교육 체제와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단순히 주어진 지식을 암기하는 수용적 학습은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우리 교육은 지금 전환점에 와 있는 듯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의문을 제시하고, 스스로 해답을 탐구하는 미래형 인재를 길러 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이 변해야 하고 교사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청은  '행복한 I 중심 수업, 수업공감 day' 등을 통해 교실 수업 개선을 제도화하고 있으며, 교사연수, 연구회, 수업개선 동아리 운영 등 학교 현장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이 또 다른 업무가 아니라 실질적인 교사의 역량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하고, 교사들도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고 스스로 변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자신의 수업에 대한 책무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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