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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은 섬유형태를 가진 규산광물로서 건축자재, 자동차부품 등에 폭넓게 사용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 석면은 흉막 등에 붙어서 10년 내지 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한다.

 이 중 악성중피종은 흉막이나 복막에 생기는 암으로써 80%이상이 석면이 그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면 섬유는 바늘 모양으로 날카롭게 생겼기 때문에 흡입해 폐에 깊숙이 박히면 없어지지도 않는 치명적인 물질이다.
 석면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석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석면 및 석면제품의 제조 및 유통,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슬레이트는 대표적인 석면 고함량(10~15%) 건축자재로 건축연식에 따라 두께 및 경도는 높아지고 부피비중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노후화 및 부식이 진행될수록 석면 비산 가능성이 증대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기인 1970년대 전후에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집중적이고 광범위하게 슬레이트를 사용했으며, 공업용 및 상업용으로 사용하는 외국과는 달리 주로 주택 용도로 사용했다.

 새마을운동을 시작하면서 초가지붕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석면과 시멘트로 만든 슬레이트 지붕이었고, 싸고 빨리 지을 수 있는데다 내구성이 뛰어난 슬레이트는 꿈의 자재로 여겨졌다.
 슬레이트 위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방치된 슬레이트 더미는 밟고 뛰어 놀 수 있던 좋은 놀이터였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아주 심각한 위험성이 존재하는데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수년에서 수십 년의 잠복기를 지나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게 그 위험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슬레이트에 구운 삼겹살은 식도를 통해 소화기로 가기 때문에 폐에는 손상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슬레이트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비산되어 마실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슬레이트 노후화에 따른 석면 비산우려로 국민 건강피해 가능성이 증가하고 높은 처리비용으로 불법 처리 등의 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2010년에 슬레이트 지붕재 사용현황을 조사한바 전국적으로 약 123만 동의 슬레이트 건축물이 분포하며, 이 중 과반수가 건축물 내구연한(30년)을 경과하여 석면 비산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2010년에 범 정부차원의 '슬레이트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며,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5,052억 원을 투입하여 19만동의 노후 슬레이트를 처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울산에서도 2013년 슬레이트 건축물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주택 슬레이트 처리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조사결과 중구는 총 617동의 슬레이트 건축물이 분포하며, 그 중 주택은 480동으로 78%를 차지했다.
 농촌지역보다는 슬레이트 건축물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도시가 생긴 지 오래되어  아직 일부 남아 있다.
 슬레이트 건축물에는 독거노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많아 경제적 부담 등으로 주택 개량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슬레이트 지붕 처리비를 지원해 오고 있으나 지원내용이 슬레이트 철거에 한정되어 지붕개량에 대한 부담 등으로 쉽게 신청할 수 없는 부분이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주민 건강을 위해 더 많은 슬레이트 철거가 우선되어져야 할 것이므로 주택 슬레이트 소유자들이 지붕 철거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동참해 주길 부탁한다.

 한 때는 '기적의 광물', '천연의 선물'로 불리던 석면이 지금은 '죽음의 먼지', '침묵의 살인자'로 우리 곁에 있다.
 간접흡연과 마찬가지로 슬레이트 건축물에 살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웃에 사는 사람도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우리 곁에서 석면 슬레이트를 걷어 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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