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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학연구소장

"향교는 고려와 조선시대 때 각 지방의 유학교육을 한 국립교육기관으로, 중구 명륜로와 교동의 이름이 '향교' 때문에 만들어졌다. 소설과 드라마 속의 성균관 유생들에 관한 콘텐츠는 향교에서도 체험할 수 있는 내용이다."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의 한 직원이 향교는 무엇을 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답한 필자의 설명이다.

 울산시 중구 명륜로 117번지.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7호인 울산향교가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이후 1652년(효종 3년)에 현재 자리로 옮겨졌으니 꽤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재이다. 대성전과 명륜당 청원루 등의 건물이 있어 주변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많은 시민들은 향교를 먼 시대의 적막한 건물로만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향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향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문화재로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아무나 보고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인지가 궁금하지만 친절한 안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과연 향교는 그냥 오래된 건물로 적막감 속에 놓여 있는 죽은 문화재인가?

 아니다. 성균관과 유생들을 소재로 한 다양한 팩션물이란 문화상품에 젊은이들도 환호하며 소비한다. 여러 파생 문화상품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성균관 또는 향교, 유교문화는 우리의 또 다른 인문학 콘텐츠의 보고이다. 향교가 조선시대 지성과 문화예술의 요람이었다면 당시의 인문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리는 프로그램으로 '살아 숨 쉬는 향교'가 되고도 남을 일이다.

 청소년들이 향교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스스로 성균관 유생이 되어본 뒤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을 벗고 한껏 발칙한 유생이 되는 가상 체험을 하도록 하면 어떨까.  이제 문화재도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 관리 보존만 잘하고 활용하지 않는 건물은 '죽은 문화재'로 생명없는 모델하우스와 다름없다. 제한된 그들만 드나들지 말고 많은 시민이 탐방하고 참여하고 체험해 현재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재는 보고 느끼고 즐길 때 살아있는 문화재가 된다. 같은 옛 것이라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옛것을 새롭게 하지만 반고지도(反古之道)에 그친다 패가망신만 남게 된다.

 최근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많지만 고답적 자세에서 기인한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대중화에 실패한 교양, 현실과 동떨어진 현학적 태도, 콘텐츠 개발의 부족은 인문학 발전에 족쇄가 되어 버렸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역사 문화를 재창조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향교가 향토사 교육의 요람이 되어야 한다. 교육기관으로서의 명성을 재현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향교의 숭고한 기능과 역할을 현실에 접목하는 것이다. 이것이 향교에 부여된 시대적 요구가 아닐까 한다.

 요즘 울산에 '향토사'가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대개 얕은 지식으로 포장한 아마추어들이 왜곡, 오도하고 있어 향교가 나서 바로 잡으면 좋겠다. 그릇된 향토사 풍토에 정오(正誤)와 시비(是非)를 분명히 밝히고 향토사 전문가를 양성해 나갔으면 한다.

 향교는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이었다. 중고등학교 향토사 수업으로 교육 기능을 부활하자. 교육청과 협의해 정규수업으로 편성, 성적 반영과 현장 체험학습도 진행하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 선조들의 삶과 애향심 배양, 정체성을 형성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선두에 울산향교가 나서 달라는 부탁이다.

 학문은 이성으로 하지만 향토사는 관심과 애정으로 한다. 향토사는 중앙의 전문 학자들에게 맡길 일이 아니라 울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바로 우리가 관심을 갖고 할 일이다. 향토사 연구의 주체는 향토애를 가진 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향교도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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