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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안을 놓고 '생태제방안'과 '맑은 물 공급사업'이 함께 논의된 것은 벌써 10여년 전부터다. 국토교통부는 대구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끌어오는 정책을 수립만 해놓고 손을 놓았고, 문화재청은 한술 더 떠 식수가 부족한데도 수위를 낮추라는 입장만 견지해왔다.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훼손이 심화되고 있는 암각화를 보존하고 식수난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울산시가 실리를 챙기는 행정의 묘를 발휘해야할 때다.

문화재청 추진 임시물막이 최종실패 생태제방안 다시 대두
사연댐 수위 낮추면 유속 10여배 빨라져 암각화 훼손 가중
울산시, 실리 행정으로 식수난 해소·암각화 보존 해결 지적

# 제방-물사업 2009년부터 함께 논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안이 맑은 물 사업과 엮인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국토부가 세운 '2025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대구·경북권 맑은물 공급사업이 포함된 것이 발단이 됐다.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사연댐 만수위를 60m에서 52m로 낮춰 줄어드는 물 하루 3만 t 대신에 청도 운문댐에서 하루 7만 t을 공급받는 것이 골자다. 나머지 대암댐 물을 생활용수로 전환해 하루 5만 t을 확보하도록 했다.

 2020년이 되면 1일 12만 t의 청정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울산이 충분한 식수를 공급하면서 암각화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었다.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줄곧 생태제방을 주장했다. 식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깨끗한 상수원인 대곡천 물을 하루에 3만 t씩이나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태제방안은 높이 10m의 제방을 쌓아 암각화를 보존하고 제방 때문에 초래될 병목현상은 물길을 돌려 해소하는 방안이다. 시는 지난 2011년 255억 원을 투입해 암각화 전방 80m 지점에 440m 길이의 생태제방(차수벽)과 접근교량을 만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첨부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제동을 걸면서 교착이 이어졌다. 문화재청은 둑을 둘러 쌓으면 물길이 좁아지면서 병목현상이 생기고, 반대편 산을 절개해 물길을 돌려야하기 때문에 자연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이를 보류시켰다.

 또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해당 문화유산의 완전성, 진정성을 확보해야 하므로 반구대 암각화가 포함된 대곡천 암각화군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이 중요하다"며 생태제방이 유네스코 등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대안으로 제안됐던 가변형 임시 물막이가 지난 25일 최종 실패하면서 울산만 손실을 떠안아야할 처지에 놓였다.

# 물막이 실패로 울산만 손해 떠안아
운문댐 물을 가져오기 위해 대구시의 취수원을 구미 상류로 이전하는 맑은 물 공급계획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물막이 성사를 기다리며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오는 동안 물 부족에도 시달렸다. 암각화 보존을 위한 두가지 방안이 불필요하게 꼬이면서 초래된 결과다.

 당장 급해진 시는 기약 없는 취수원 이전을 기다리지 않고 맑은 물부터 공급받기로 하고 대구시를 설득하는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수위조절이 전제된 맑은 물 공급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각오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위를 낮추면 빨라지는 유속이 불러올 훼손을 걱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3년 울산시가 수행했던 서울대 석조문화재보존과학연구회의 암각화 보존방안 연구보고서에서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보고서는 홍수 시 사연댐 만수위 60m 부근의 수위변동에 의해 암각화 바로 위에서 쐐기 모양으로 암이 떨어져 나가고 심각하게 풍화가 진행중인 현상을 담고 있다. 또 2013년 울산시가 한국수자원학회에 의뢰해 수행했던 수리모형실험 결과에서도 사연댐 수위를 52m로 낮추면 암각화 주변의 유속이 10여배 더 빨라져서 암각화 훼손이 가중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수리전문가인 울산대 조홍제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암각화 보존방안에 수위 조절이 함께 거론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생태제방과 맑은 물 사업은 더 이상 '이거 안되면 저거' 식으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두가지를 별도로 성사시키기 위해 행정이 의지를 가져야할 때"라고 말했다.

 일일 3만 t의 물을 항구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연간으로 따지면 1,095만 t 달하고, 원수비만 따져도 24억 4,10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시 이형조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생태제방을 보완키 위해 문화재청과 적극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며 "시간을 많이 허비한만큼 되도록 빨리 물과 제방을 모두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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