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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창 섭 미술평론가

그림 한 장 잘못 그렸다가 실컷 욕을 얻어먹는 대신, 단숨에 유명작가가 된 에두아르 마네. 나폴레옹 3세가 사회 분위기 전환용으로 대규모 살롱전 낙선자를 위한 전시를 열었는데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논란이 된 것이다. 못 그렸네, 수준이 낮네, 여성은 옷을 벗었는데, 왜 남성은 정장 차림이냐를 놓고 입방아를 찧은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꽤 많은 유산을 받은 마네는 40번 넘게 프랑스 살롱전에 도전했으나, 그토록 희망하던 아카데미 회원은 결국 되지 못했다. 프랑스 아카데미가 원하던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우아하고 귀족적인 그리고 철저히 규범화된 예술형식을 갖춘 작품이 아니라, 입체감도 없고 색 사용도 중구난방이고 더욱이 치졸한 묘사력 때문에 심사위원 눈에 거슬린 것이다.

 하지만 이 그림이 많은 시민에게 논란이 된 건 치졸한 수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등장인물이 파리 사교계를 드나들던 실존 인물이었고 당시의 저속한 풍속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여성이 벌거벗은 것도 모자라 빤히 관람자를 쳐다보는 눈은 자신들의 속물 근성을 들킨 것처럼 불편했던 것이다.

에두아르 마네 作 '풀밭 위의 점심식사'. 캔버스에 유채, 208×264.5㎝, 1863, 오르세 미술관 소장.

 인간은 누구나 지적당하면 우선은 기분 나쁘다. 그리곤 그 나쁜 기분을 온갖 다른 이유를 표현한다. 속마음이 뒤틀린 확실한 이유를 드러내지 않고, 누가 들어도 합리적일 것 같은 이유를 들이대는 것이다.

 현대미술 창시자, 인상파의 정신적 지주. 생전에 많은 욕을 먹었던 그림 한 장으로 이런 추앙을 받는 작가는 마네가 유일하다. 지지리도 못 그린 이 그림은 19세기와 20세기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마네 이전의 작가와 이후의 작가로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묘사가 뛰어난 그림의 효능은 사라지고, 자신의 철학과 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원한 나무그늘 바람아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은 옛날부터 흔한 일이었고, 마네의 작품도 르네상스 시대의 도상에서 차용한 것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이 도상이 마네를 시작으로 수많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냈다. 그림만 아니라 사진, 앨범자켓, 그래픽 등 시각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고전이 되었다. 그만큼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서양 미술사에서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우리 눈에는 별 것도 아닌듯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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