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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한 마을에 풀이 가득한 공유지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약삭빠른 농부가 이득을 더 보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양을 풀어 놓았고, 이에 질세라 다른 농부들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양들을 모두 공유지에 풀어 놓았다.
 얼마 후, 공유지는 농부들이 풀어놓은 양들로 가득 찼고 이내 공유지에는 풀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황무지가 됐다.
 이 내용은 미국 생물학자 하딘(G. J. Hardin)의 논문 중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개념으로 1968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이 이론은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서로 어긋날 때, 개인의 이익만을 극대화한 결과 경제 주체 모두가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공유지의 비극이 단지 앞에서 언급한 내용에서만 한정되어 나타나는 현상일까.
 잠시만이라도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면 공유지의 비극은 우리주변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러 분야에서 이 공유지의 비극 현상이 나타나지만 오늘은 옥외광고물 관리 분야에 대해 얘기 해볼까 한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옥외광고물이란 간판·입간판·현수막·벽보·전단과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하며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누구든지 광고물을 표시하거나 설치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 외에는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법 규정에 맞지 않는 옥외광고물들이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산재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불법광고물은 지정게시대 외에 가로수, 전봇대 등에 걸려 있는 현수막, 차도나 인도에 설치되어 있는 입간판·배너·에어라이트(풍선형 광고물), 도로변이나 주택가 담장 등에 부착되어 있는 각종 벽보·전단지 등이다.
 불법광고물 없는 쾌적하고 깨끗한 종갓집 중구를 만들기 위해 중구는 '불법 현수막과의 전쟁'이라는 슬로건을 내거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그 결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불법 광고물을 수거해 오면 20ℓ짜리 종량제 봉투를 지급하는 불법 광고물 수거 보상제가 올해 부터는 종류와 양에 따라 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실제로 현금으로 차등 지급한 이후부터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도변은 물론 주택가 이면도로 까지 현수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지고 있다.

 수거 보상제에 참여를 원하는 주민들은 매월 첫째 셋째주 화요일에 불법 광고물을 수거해서 거주지 동주민센터로 방문하면 된다.
 또 불법현수막 근절을 위해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5월 말까지 4억5,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이는 지난해 2억4,500만 원 보다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최근 들어 불법으로 게시되는 거리 현수막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불법광고물 없는 깨끗한 거리조성을 위해 1년 365일 불법광고물 단속 정비반을 편성하여 주말·공휴일·야간에도 단 한건의 불법현수막도 게시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
 그리고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주민들로 구성된 불법광고물 모니터단을 운영함해 연간 8,000여 건의 불법광고물을 신고 접수받아 처리하는 등 주민들의 참여도 함께 유도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도 참여를 원하면 스마트폰 앱 스토어(App Store)에서 '생활불편스마트폰신고'를 설치하면 불법광고물 신고에 손쉽게 동참할 수 있다.

 한편 불법광고물을 단속하다 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버젓이 불법 광고물을 게시해 놓고도 불법인줄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사람은 내 땅에 내가 설치한 것도 불법이냐고 따지듯 말하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본인의 땅이라 하더라도 공공의 복리를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더구나 관련법령을 준수하는 것이 문화시민의 의무일 것이다.

 하물며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의 공간인 차도나 인도에 불법광고물을 설치해서는 곤란한 일이다.
 우리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의 공간인 차도나 인도에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경쟁하듯 불법광고물을 게시한다면 우리가 깨끗하게 누려야 할 주변 환경이 앞에서 언급한 공유지의 비극에 나오는 황폐화된 황무지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우리는 불법광고물 없는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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