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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울산 중구보건소는 중구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중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협업으로 우정동 통정회 회원 20명을 대상으로 6월 한달간 총 4회에 걸쳐 자살예방 게이트키퍼(Gate Keeper)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익히 알다시피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0년째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 그 비중이 큰 것인데, 노년층의 고독·소외감,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해 자살률이 높은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예전과 달리 대다수가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시대다. 따라서 이러한 소외된 노인들의 자살이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에서의 스트레스가 관련됐을 것 같은데, 중독인구도 많이 늘어나고 그 중 알코올 문제가 높은 자살률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견이지만, 배우 최진실씨 경우도 만약 그가 그날 술을 과다하게 마시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역경을 이겨온 과정 등 그녀의 성품으로 봤을 때, 그날 같이 극단적 행동은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자살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인해 잘못 판단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알코올이 자살로 이르는데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음주 상태에서는 사실 평소에는 '자제'했던 행동을 충동적으로 할 수 있으며, 그 행동을 참도록 하는 일종의 '브레이크 장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풀어놓는 것이다.

 자살자를 심리부검(가족·친지 등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자살자 사망 전 일정기간동안의 심리적 행동변화를 재구성해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방법)한 결과에서 보면, 사망 당시 음주상태인 자살자가 39.7%에 이르며, 가족이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53.7%로, 알코올과 자살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살과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중독은 인간정신에 커다란 폐해를 낳는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진정한 현실을 마주치지 못하게 한다. 의존하는 대상에 사로잡혀서 자신을 자유롭게 실현해야 하는 삶에서는 제한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폐해를 주는 것이어서 안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충동에 못 이겨 음주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므로, 스스로도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알코올 환자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많지만, 아마도 그들 스스로도 그것이 분명 자신을 망가뜨린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러면서도 그 행동을 반복한다. 이제는 새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이제껏 해왔던 행동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우리는 그의 '과거'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알코올 환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이야기하면서 "어머니가 어린 저를 심하게 때리면서 가한 학대 충격 때문에 술을 마신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과거는 술을 마시는 것으로 잊혀지지 않는다. 과거는 오히려 술 취한 흐릿한 기억 속으로 감추지 않고, 맨 정신의 현실에 제대로 살려놓아야 잊혀질 수 있다.

 앞에서의 자살자의 심리부검은 살아 있는 사람의 과거를 직접 탐문하는 것은 아니라도 고인의 상처였던 과거를 현재의 세계에 드러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똑같은 세계에 살고 있으며,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이제와서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결국 그 과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양성하려는 그런 해피게이트 키퍼는 자신이 만나고 있는 이웃에게 이렇게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지금 현재의 체험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그냥 '인간적인' 사람일 뿐이다. 어떤 전문 상담가가 아니라도 우리의 만남이라는 것은 이렇다. 모두는 자신의 과거, 말하자면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보통 대화에서 이야기 형태로 사람들에게 공유되며 그래서 우리가 하는 말로서 서로를 만난다. 

 우리의 만남이라는 것은 원래 서로의 과거 상처도 매만질 수 있고, 그런 과거를 지금에서 밖으로 말할 수 있으며 그래서 미래에로 서로를 안내할 수 있는, 우리의 시간에서 공존하는 만남이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하지만 단지 이런 이상을 말하는 것만이 아닌 실제 이런 만남을 신체적.정신적 건강 멘토링을 통해 마주하는 것이다.

 심리부검이라는 좀 거친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것은 자살자의 그 당시의 마음을 살펴 그를 이해하고 공감해, 현재에서의 자살 위험이 있는 이웃을 보살피려는 것이며, 실제 이런 보살핌으로 핀란드는 자살률을 반으로 줄이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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