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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습한 바람이 불어온다. 나도 모르게 '썸머타임~'하고 노래를 부르며 다음 가사는 몰라서 패스~, 허밍으로 우리 꼬맹이에게 불러준다.

 '썸머타임, 살림살이는 편안하다. 물고기는 펄쩍 뛰고, 목화는 쑥쑥 자란다/오~ 네 아빠는 부자이고 네 엄마는 미인이지. 그러니 쉿! 아가야. 울지 말아라/ 어느날 아침 너는 일어나 목청껏 노래를 부르겠지. 그리고는 날개를 활짝 펴고 온 하늘을 차지할꺼야/ 그 날이 오기까지 어느 누구도 너를 해치지 못하리라 . 아빠와 엄마가 네 곁을 지켜주마.'

 너무나도 유명한 '썸머타임'의 가사다. 나도 모르게 한 번쯤은 들어 본 이 곡이 자장가라는 것과 재즈곡 일것만 같은 이 곡이 오페라 아리아란 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미국 작곡가 조지 거쉰(George Gershwin)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라는 작품에 나오는 곡이다. 사실 거쉰은 인기있는 팝 음악 작곡가였으며 유럽 클래식과 미국 재즈를 접목해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클래식이면서 클래식 같지 않은, 재즈 같으면서 재즈가 아니라고 할까. '포기와 베스' 역시 뮤지컬 같다고 하지만 작곡가 본인은 오페라로 불리길 원했다. 이 작품에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흑인이 등장한다. 당시 거쉰은 흑인음악과 그들의 어법, 생활을 표현하기 위해 흑인 거주지역에 들어가 생활하며 곡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대중적인 내용과 듣기 편하고 쉬운 노래 덕분에 사람들은 이 곡을 뮤지컬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곡에는 뮤지컬 가수가 아닌 성악가가 등장하고 오케스트라가 반주하지만 분위기는 묘한 재즈 같은 정말 매력적인 작품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뮤지컬보단 오페라를 더 좋아한다. 아무래도 클래식을 더 많이 접하다 보니 그런 취향이 돼 버렸을 것이다. 어릴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이었던 거 같다. 당시 울산에는 제대로 된 연주홀도 없었고 지금처럼 문화혜택을 많이 누릴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다. 뭔지도 모르고 그냥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큰 체육관에 들어가서 봤던 내 인생의 첫번째 뮤지컬이 바로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그때 체육관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 하며 가수 윤복희가 여주인공 마리아 수녀로 나왔던 것, 잘 안보여서 아빠가 날 안아들어 보여주었던 것, 그곳 분위기가 그리고 어린 마음에 들떴던 그날의 기억들이 아직도 난다.

 그 이후로 한국과 외국에서 화려한 무대를 갖춘 유명한 뮤지컬을 봤지만 어렸을 적 허름했던 체육관에서 잘 보이지도 잘 들리지도 않았던 내생애 첫 뮤지컬보다 재밌던 건 없었다. 그렇게 최고였다고 내 기억속에 새겨져 버린 탓일까? 어쩌면 더 재밌는 뮤지컬을 찾지 못해 오페라를 더 좋아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13살쯤 때였던가 처음으로 오페라를 대구에서 엄마와 함께 보았는데 초행길이라 늦게 도착하고 자리도 없어서 복도에 앉아서 보았는데 그게 얼마나 어린 마음에 창피하던지 너무나 속상했었던 기억이 난다. 마냥 좋기에는 내가 너무 커 버렸던 탓이였을까. 하지만 그 날 이후 난 오페라 보는게 좋았다. 좋은 음악을 편안히 내 좌석에 앉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서 였을까? 그날 보았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난 아직도 여전히 좋아한다.

 거쉰의 '포기와 베스'가 오페라 중 조금 다르다고 한다면 뮤지컬 중에는 '맘마미아'가 조금 특별하다. 1970년대 세계적 인기를 누린 스웨덴의 혼성 팝그룹 '아바'의 음악만으로 엮어 2001년 뮤지컬로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대성공을 이뤘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나도 영화를 참 재밌게 봤고 아바 노래 몇 개도 흥얼거리게 됐다. 아바와 함께 하지 않은 세대에도 감동을 주었으니 아바를 겪은 세대가 느꼈을 감동은 더 컸을 것이다.

 추억이라 부를 수 있는 기억은 견고하게 마음에 새겨져버려서 잊혀지지 않는 강한 힘을 내뿜는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또렷해 지며 혹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있기도 하니 말이다. 7월 '맘마미아' 뮤지컬을 울산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여름날 소소한 추억을 한번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시간이 흘러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멋진 오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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