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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울산시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시립미술관을 중구 북정공원, 중부도서관 일원에 짓기로 했다고 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기현 시장의 6개월 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터뷰(2015년 12월 23일) 골자는 "울산객사(학성관)를 복원하고 인접한 동헌과 함께 역사문화공원으로, 경복궁처럼 울산의 역사문화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임을 밝히고 "미술관보다 가치가 높은 건축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 울산시는 시립미술관 자문회의에서 입지분석 결과를 보고했는데 북정공원 일원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입지불가'였다. '입지불가' 요지는 다음과 같다.

 △ 동춘로 전면 동서(좌우)폭이 너무 좁고 남북간 길이가 너무 길어 대형전시실 등 공간배치 비효율적 △ 야외전시장 등 옥외 여유공간 없음 △ 동헌과 객사 사이 3층 미술관이 비집고 들어서면 동헌·객사가 두 구역으로 분리될 수 밖에 없다 △ 중부도서관 이전 건립비 부담 등으로 사업비 증가 △ 대형버스 주차장 설치 불가, 건물 남측 옥외공간 확보 어려움 △  남북간 표고차(11m)로 인한 과도한 지하층 건축이 불가피하며 환기·결로방지 등 관리비 과다 △ 작품 반출입을 위한 대형차량 진출입 공간 확보 곤란 등이다.

 이런 시의 분석은 옳은 것이며 필자의 평소 주장과 같다. 그런데 시장 인터뷰로부터 6개월, 자문회의로부터 4개월만에 시의 방침이 바뀐 것이다. 언론을 통해 시장 인터뷰 내용을 전폭적으로 지지(1월 25일)한 필자로선 불과 4개월만에 자기결정을 부정한 시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

 이에 필자는 다시 위 분석에서 빠진 사항을 중심으로 '북정공원 일원에 대한 시립미술관 건립불가론'을 제기한다.

 첫째, 울산도시역사를 복원할 터는 동헌지역-북정공원-구 울산초 일원의 울산 관아터밖에 없다는 점이다. 단재 신채호선생은 그의 '조선상고사' 서문에 "국토를 잃은 민족은 되찾을 수 있지만 혼(역사)를 잃은 민족은 아무것도 되찾을 수 없다"고 했다. 울산의 혼을 복원할 터전, 미래 울산의 영광을 준비할 유일한 터전은 관아터 뿐이다.

 울산 관아터는 울산의 모태이자 뿌리이며 울산이란 도시의 선산이자 종가터다. 이 곳은 세종8년(1428) 이후 조선말까지 500년 동안 울산관아가 있던 터다. 원래 종4품 군수가 봉직한 울산군 관아였으나 정유재란 직후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돼 선조 32년(1599) 이후 조선말까지 종3품 부사가 봉직한 울산도호부로서 300년간 그 위용과 장구한 역사를 가진 관아였다. 그러나 임진·정유 양 왜란과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높이 15척의 우람한 석성인 울산읍성과 4대문과 문루, 관아는 무참히 파괴돼 옛 영화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터만 남았다.

 이제 울산도 시대 변화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미래산업도시로,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시민 모두 잘 알고 있는 일이다. 미술관은 문화도시 표상으로서 이러한 때에 시립미술관을 건립하는 일은 문화도시 구현임에 틀림 없다. 그렇다고 마지막 남은 울산관아터에 비집고 들어와 시립미술관을 지어야만 하는가. 그것은 울산도시역사를 또다시 파괴하는 무도한 반달리즘이다. 시립미술관 부지는 관아터가 아니더라도 중구 관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둘째, 시립미술관은 역사공원인 동헌·북정공원 일원에 건립할 수 없다는 법이 존재한단 점이다. 동헌·북정공원 일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주제공원인 역사공원으로 지정돼 있고 역사공원에는 역사자원의 보호·관람·안내를 위한 교양시설로서의 미술관만 그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위 법률: 19조7항 및 시행규칙 9조1항6호)

 즉 역사공원에 허용되는 미술관이라 함은 울산관아 사진, 유물전시, 유물관아와 울산읍성역사, 모형, 동영상 등을 전시하는 소규모 미술관을 말한다. (시정소식 2016년 2월호, Q&A에 이를 제안한 시민도 있었다) 따라서 시립미술관은 성격이 달라 역사공원인 북정공원 일원에 건립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중구 B-04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과 미술관의 시각적 조화 문제다. 앞으로 옛 관아터를 동북서로 활처럼 둘러싸게 되는 아파트와의 시각적 조화에 대해 깊게 성찰하려면 최소한 아파트의 최종설계도와 정교한 건축모형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각적 검토 후 시립미술관 입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결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문제를 고려한다면 시립미술관은 북정공원 일원, 옛관아터에 건립할수도, 건립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리스크는 차치하더라도 시는 옛 관아터에 미술관이 건립돼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시민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그 어떤 당위성보다 옛 관아를 복원해 울산관아 600년을 맞는 것이 산업도시 울산이 역사문화도시 울산과 조화돼 미래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일본이 파괴한 울산관아를 우리 손으로 그 터마저 파괴한다면 그것은 훗날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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