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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박경화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까만 새 한 마리
허공에도 가시가 있어
더러는 긁히고 찢길 일 있을 텐데
하늘을 밀어 올리는 저 힘
작은 몸 어디에 숨겼을까
이정표 없는 하늘이라 길을 잘못 들지도 몰라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생의 한나절을 헤맨 나처럼
뒤돌아보지 않고 날아간다
가다가 쉬고 싶은 간이역 있을 법한데
허공에 길을 물어보지도 않는다
가장 무서운 적,
비행기를 피하지 못한 것은
가던 길 멈추지 못하고 에두를 줄 모르는
날갯짓의 순행順行 때문 아닐까
순간!
튕겨져 나온 빛, 한줄기
초저녁 서녘하늘에 또렷이 찍힌
새의 지문

 

● 박경화 시인 - 경주 출생. 2007년 '문학시대' 신인상으로 등단. 경북, 경주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행단문학회, 이목회 회원. 시집 '채석강, 독법'.

 

▲ 박성규 시인

밤마다 하늘을 수놓는 별들이 장관이다. 어릴 적 잃어 버렸던 별자리들을 죄다 볼 수 있다. 필시 별이 사라진 것이 아니고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하고 나서부터 별들이 차츰 기력을 잃어서인지 요즘 도회지에선 거의 별을 볼 수 없다.
 사실 시골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별에 대해선 무관심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별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까. 땅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을 목격하면서도 밤하늘 별을 바라보지 못한 어리석음에 한동안 창피스러웠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밤마다 별을 바라본다. 은하수까지 똑똑히 보였다. 정말로 견우직녀가 만나는 장면이 연상되는 저 하늘을 오염과 불빛 때문에 잃어버린 채로 살았는데 다시 마주할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
 그런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관인지 상상해 보시라. 몇해 전 일부러 별을 보기 위해 팔공산 언저리를 배회한 적도 있었다만, 그 때는 왜 초승달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박경화 시인은 시에서 초승달이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깨만 새 한 마리'라고 했다. 과연 초승달이 까만색일까? 그러면서 '튕겨져 나온 빛, 한줄기/ 초저녁 서녘하늘에 또렷이 찍힌/ 새의 지문'이라며 초승달을 새로 치환했다. 사실 새라 해도 전혀 손색 없는 초승달을 벌써 두어 번 시골생활 동안 볼 수 있었다.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허공에게 길을 묻지 않아도 비행기를 피할 줄 모르는 순진덩어리인 저 초승달을 잊고 살았던 지난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별이나 초승달이나 제대로 구경하고 싶으면 도회지를 벗어나 맑은 날 불빛이 없는 곳에서 하늘을 한번 바라보시라. 거기엔 유년의 추억이 새록새록 잠자고 있을 것이니.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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