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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경영 위기 돌파를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29일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투쟁 동력을 끌어모으기에 급급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경영진의 경영 정상화 노력에 전혀 동참하지 않는 노조에 비난이 쏠리고 내부에서도 자조적인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껏 위에서 부터 구조조정 중역 이상 월급 삭감 등 희생
  "노조, 돈 잘 벌때 기준으로 어려울 때 달라 하면 안돼" 꼬집어
경영 정상화 노력 불구 노조 파업 수순 밟기 정면 돌파 시사


 현대중공업은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그동안 희망퇴직과 분사 등 경영합리화에 전념해 왔다.
 이에 앞서 올해 초부터 임원진의 급여를 삭감하고 사무직 과장급 이상에 대한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사장단은 급여 전액을 삭감했고 임원진은 급여 50% 삭감에 동의해 현재 진행중이다. 올해 4월에는 상반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임원의 25%를 감축했다.
 위로부터의 사실상 뼈를 깎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5월에는 사무직 과장급 이상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기존 391개 부서를 305개로 통폐합했다.
 도크를 순차적으로 가동 중단하고 상가나 휴양시설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설비지원 부문에 대한 분사를 진행했는데 이미 과반수 이상의 직원이 동의한 상태다.
 이 같은 사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구조조정 반대'를 명목으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17일 쟁의발생을 결의한 노조는 20일 중노위에 팩스로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파업권을 확보하려는 수순이다.
 29일에는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분사 저지',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 결사 반대다.


 그러나 이 같은 노조의 행보를 지켜보는 시선은 냉소적이다.
 지역의 한 노동 관계 전문가는 "최악의 경영 위기 상황에서 사측의 자구책 추진에 노조는 전혀 동참하지 않고 오로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자조적인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한 조합원은 "분사에 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인데 노조는 분사에 동의한 조합원에 대해 조직적으로 왕따를 시키고 협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강성 집행부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듯 오로지 투쟁 일변도를 걷고 있는 노조를 보면 조합원의 권익을 과연 보호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노사 갈등을 정면 돌파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권 사장은 29일 주형환 산업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시장에 따라 적응해야 하는데 돈 잘 벌 때 기준으로 어려울 때 달라고 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100만원 벌때는 100만원 쓰면 되지만 60만원 받아오면 거기에 맞춰 살아야 한다"며 "그동안 노조 (월급)을 줄인 적이 없고 과장 이상 중역이나 내 월급을 줄여왔다"고 전했다.
 한편 사측은 다음달 1일 조업을 중단하고 최고경영자와 전 직원 간 질의응답을 나누는 비상경영 설명회를 갖는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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