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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우리는 원하지 않지만 자신도 모르게 고정관념을 만든다.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생기는 생각, 그렇게 해야 하는 행동, 보고 듣는 것, 이런 것들이 모여 관습이 되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면 고정관념이 된다.

 이미 당했던 것, 익숙한 것, 나와 타인이 공유하고 있는 일상적 경험의식이 고정관념을 형성하는 요소들인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고정관념이 없다면 매일을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낯설게 살아야 한다. 모든 일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안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기 쉽게 '날마다 새롭게 살기'가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고정관념이 비판받고, 파기되어야 할 것이라고 딱히 말할 수 없다.

 예술은 일정한 궤도를 도는 고정관념에 심각하게 혹은 살짝 흩트리기에 골몰한다. 아니 예술가들은 어떻게 하면 요 고정관념을 비틀어댈 것인지 궁리한다. 프랑스 작가 '페르난데스 아르망'(Arman, 1928~2005)은 콘크리트 속에 묻은 자동차를 '장기주차(1982)'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으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그는 쌓아놓기, 저축하기 혹은 산업의 폐해 등으로 설명했지만 예술가 특유의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우리들 고정관념을 허물어냈다.

아르망, 장기주차, 높이 18m, 중고차와 시멘트, 1982, 파리 교외.
 기성품(ready-made)을 발견된 오브제라는 그럴듯한 말로 남자 소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한 '뒤샹'이 이미 1917년에 이런 작품을 했으니까 완전한 독창성을 부여하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들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아르망은 이런 비슷한 작업을 꽤나 많이 했다.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집게를 잔뜩 쌓아놓거나, 둥글고 커다란 시계를 조형적으로 쌓거나, 바이올린을 자르거나 하는 작품으로 우리들 고정관념을 비웃는다. 그의 작품은 아름다움을 그리는 혹은 무언가를 모방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미술에 대한 관념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뒤샹이 1세기 전에 했던 주장이다.    

 여전히 우리들은 미술을 무언가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으로, 돌이나 흙으로 인체를 비슷하게 모방하는 예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 작가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 미술이라고 하는 시대는 벌써 100년 전에 효력이 상실됐다.

 자기의 생각이 고정관념은 아닌지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해야 한다. '개저씨'라는 유행어도 고정관념에 쌓인 사람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최근 조영남의 '대작 스캔들'도 그의 도덕적 양심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현대미술 개념에서는 문제가 없다. 혹시 이것마저도 고정관념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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