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큰 관심사 중에 한 가지를 고르라면 빠른 고령화를 꼽고 싶다.
 노인인구 증가와 더불어 소득, 일자리, 의료비 등 수 많은 현안들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제도들이 생겨났고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은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같은 생계지원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처럼 사회복지기관에 의한 돌봄서비스에 다소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 10여 년 사이 울주군에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젊은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 노인인구 비율이 높고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농촌지역이 더 많다.
 도시와 농촌 간 발전 정도의 차이에 따라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불평등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 중 한 가지가 지역 및 계층 간 에너지 사용 불균형이다.
 도시지역 주민들은 편리하고 안전할 뿐만 아니라 가격까지 저렴한 도시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반면 농촌지역 주민들은 가정용 20㎏ LPG 용기를 사용하면서 더 비싼 연료를 배달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도시가스 미공급 농어촌지역 주민들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낮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도시지역 주민들 보다 연료비로 더 많이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연료비가 비싸고 한 번 충전에 목돈이 드는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면서 난방비 부담 때문에 추운 겨울철 전기장판에 의존하며 지내는 노인들도 많다.
 며칠 전 울주군과 (사)삼동면발전협의회는 도시와 농촌 지역 간에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고 가스시설 현대화를 통한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종합장시시설 울산하늘공원 유치 인센티브 자금으로 삼동면 지역에 LPG 배관망 구축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 지역에 LNG 도시가스를 연결하려고 노력하였으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인구가 적은데다가 설치하더라도 유지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현실적인 대안으로 마을마다 공용 저장설비를 설치하고 도시가스처럼 지하 배관을 연결해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LPG 배관망 구축사업을 선택하였다.
 시설이 완공되면 LPG 연료를 도매업체로부터 벌크단위로 공급받게 되면서 유통가격이 30% 이상 낮아지게 되고 각 가정에서는 기름보일러 대신 가스보일러 난방과 온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앞으로는 LPG 용기와 기름보일러 연료를 배달시킬 필요가 없고 도시가스 이용자들처럼 계량기를 통해 매달 사용량만큼의 요금만 납부하면 되는 편리함도 얻을 수 있다.
 앞서 2013년 12월 마을단위 LPG 배관망을 준공한 천안시 성거읍 삼곡리 69가구는 다음 해 1~3월 세대별 취사·난방비 평균 지출액이 43만3,182원으로 이전의 61만4,672원 보다 2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보고서에는 농어촌 지역 주민들의 취사·난방비 지출비중이 도시주민들보다 높은 역진적인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이 사업을 지목한 바 있다.
 울주군과 (사)삼동면발전협의회는 이번 사업을 공정하고 전문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한국LPG배관망사업단을 위탁사업자로 지정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 LPG 저장설비와 배관망 구축사업을 전담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산업계,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여 구성한 한국LPG배관망사업단은 이달 중 삼동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설계업체와 시공업체를 선정한 뒤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사업이 민간주도로 이뤄지는 국내 첫 사례인 만큼 앞으로 농어촌지역 에너지 복지 실현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봐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