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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폴리텍대 학장

지난 22일 고용노동부는 24대 직업 분야 847개 NCS 및 이를 구성하는 1만599개 능력단위를 확정·고시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 즉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을 국가가 산업부문 및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으로, 산업현장의 직무수요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제시함으로써 교육·훈련과 자격이 업무에 맞게 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직업교육 및 자격제도를 직무에 맞도록 개편하고 기업의 채용, 임금, 승진이 직무능력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화한 제도이다.

 정부가 추진해온 NCS 개발에는 산업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서 직무 분야당 20명씩 총 1만 2,000명의 산업·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하였고, 분야별로 30개 이상의 대표 기업이 참여해 총 2만 7,000여 개 기업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대기업, 공기업 등에서 능력 중심 채용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고시됨으로써 산업현장 수요를 기반으로 한 교육 훈련, 자격 취득이나 채용에 혁신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성화 고교, 전문대학, 공공 직업훈련 등에는 올해부터 이미 NCS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이 전면 실시됐다. 230여 개 공공기관에서는 NCS를 기반으로 한 채용제도가 올해 안으로 도입되며 내년에는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 적용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 채용제도가 직무가 상관없는 외국어나 인문학적 지식과 같은 스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취업 준비생들은 불필요한 스펙을 쌓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했다. 실제 업무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스펙에 밀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들이 많았다. 학생들은 실제적인 지식이나 기술보다 외형적이고 형식적인 것을 갖추는 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였다.

 그러다 보니 구인업체들의 갑질도 도가 넘었다. 단순 업무인데도 만점에 가까운 외국어 점수와 영어면접, 집단면접, 심층면접, 임원면접, 그리고도 모자라 모집 인원의  배수가 넘는 인원을 뽑아 인턴으로 몇 개월 동안 근무시킨 뒤 절반은 탈락시키는 도가 넘는 짓을 해왔다. 그것은 쓸 데 없는 스펙 쌓기 경쟁을 부채질하고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모순적이고 퇴행적인 관행을 양산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어찌 보면 구인 업체들이 직업을 찾는 청년들을 농락하는 정도의 행태를 자행해왔다고 할 수도 있다. 인력이 부족했던 시절엔 면접만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일자리에 마치 고위직을 뽑는 것만큼이나 높은 학력과 스펙을 요구하는 일을 구인업체들이 스스럼없이 행해왔다.

 NCS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 채용제도는 이런 모순적이고 부당한 관행을 개선하고 사회 전반에 큰 변혁을 가져와서 사회를 선진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스펙 중심에서 직무 능력 중심으로 가는 것은 극히 타당하고 바람직한 일이며 선진적인 직업교육의 바른 길이라 할 수 있다.

 기업에서도 직무에 맞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구할 수 있고 구직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무에 능력을 키워 직장을 갖는 것이 그 만큼 불필요한 노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전문 직업 교육의 효용성이며 경제성이다.

 독일과 같은 직업교육제도가 선진화된 나라에 비하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구체적으로 실행시키는 일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 강조를 통해 이 제도가 학습자들의 실제적인 능력 향상과 취업률 향상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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