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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는 색다른 곳이여서 아무나 올 수 없잖아요. 원전이 있기 때문에 나라도 발전하고, 지역도 발전하는 거죠. 우리 늙은이들까지 이곳에 초대해줘서 감사합니다"
 며칠 전 고리원전 인근 지역 어르신 100여분을 초대해 원전 견학행사를 가졌다.
 주로 70~80대의 연로한 분들이라 거동이 불편한 만큼 터빈실과 주제어실, 전망대 등은 견학코스에서 생략하고 곧바로 고리홍보관으로 모신 뒤 보양식을 대접했다.

 홍보관에는 열기구에서 인공위성까지 산업혁명 이후 발달한 에너지 역사와 기기들이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전시돼있다.
 또한 원자로와 터빈 룸, 방사성폐기물드럼 작업과정 등 원전의 주요설비와 일상이 전시돼있는데, 어르신들은 젊은이들 못지 않게 안내자의 설명에 귀기울이면서 각종 전시물들을 관심있게 둘러보았다.
 그때 한 어르신이 "색다른 곳에 초대해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당신께선 서생으로 시집온 뒤 아들 셋을 장가 보내고 손주들까지 키워주느라 외출은 자주 할 수 없었지만 고리원전과 이웃해 산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좋아하셨다.
 그러고 보니 원전 인근 지역 어르신들을 너무 소홀하게 대했던 것은 아닌가 싶어 가슴이 뜨끔했다.
 이분들이야말로 조상대대로 고향산천을 지켜왔던 뿌리같은 분들 아닌가. 할머니의 고향에 대한 자긍심과 맑은 웃음은 마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에 울주대외협력실이 신설된 지 7개월이 지났다.
 고리원자력본부는 현재 두 곳의 지자체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에서부터 고리 2,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는 부산 기장군에, 신고리 3,4호기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허가를 받은 신고리 5,6호기는 울산 울주군에 위치해 있다보니 대민업무가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울주대외협력실이 신설되면서 지역협력과 홍보, 방재 등 3개 분야에서 울주쪽 업무에 집중하게 됐다.
 이 가운데 홍보업무 중 하나가 초청 견학이다.
 그런데 고리원전이 가동한지 40여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한 번도 견학하지 못한 주민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사업은 주민들의 자율유치신청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생면 주민들은 지난 2014년 신고리 5,6호기 자율유치신청을 울주군을 통해 정부에 신청했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난 6월 27일 원안위로부터 건설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최근 울산 동쪽 해안에서 발생한 진도 5.0 규모의 지진으로 인하여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많은 염려를 사고 있다.

 물론 원전은 설계 단계부터 내진설계를 반영했고, 핵심설비는 단단한 암반을 굴착하여 앉힌다.
 준공 후에도 모든 재난에 철저히 대비,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원전 밀집단지라는 말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 원전은 각 호기 별로 기능적, 물리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 부지에서 다수의 원전을 운영하더라도 위험성이 가중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 31개국의 원전 운영국 중 동일 부지에 5기 이상의 원전을 운영하는 나라도 11개국이나 되고, 이들 나라들은 원전을 집중 관리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안전할 수 밖에 없다.

 신고리 5,6호기가 역사적인 대장정에 들어가면 이곳은 새로운 대역사의 현장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타워크레인과 지게차, 콘크리트 펌프카, 분주히 오가는 덤프트럭들과 각종 중장비들을 비롯해 건축, 기계, 배관, 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일 수백 수천 명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전망이다.
 그 역사적인 사업이 이곳 주민들의 자율신청에 의해 추진된만큼 홍보업무담당자로서 이곳 주민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것이 나에게는 마음의 사과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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