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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이사 겸 국장

광적이다. 구어체로 풀어쓰면 지랄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반응을 보이는 중국 이야기다. 외교부장이 국제무대에서 중딩 수준의 짝짓기 외교를 보이더니 이번엔 공산당 기관지를 동원해 연일 미디어 시위에 혈안이다.

    화풀이 대상도 선정에 오류가 있다. 박보검이 화풀이 대상이라면 수준이 알만 하다. 중국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한국이 사드 배치에 동의한 것은 미국의 앞잡이를 주도적으로 자처하고 한반도를 새로운 모순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정신을 차리라고 비꼬았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서울(한국)이 한류 드라마·연예인의 중국 활동 제약에 책임져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사설은 "한류 스타가 사드 배치의 희생양이 되더라도 이는 중국 때문이 아니다"라며 "현재 한류의 어려움은 한국 스스로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를 서울로 지칭하는 갑질의식은 명나라 시절로 돌아간 듯하나 사드와 한류 스타를 연결하려는 수작은 가소롭기까지 하다.

 인민일보의 광적인 사드 반발은 급기야 한국 대통령 실명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 신문은 지난 3일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중국 안보 이익에 고의로 손해를 주는 건 용납 못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 안보에 심각한 현실적 위협을 조성한다. 중국은 이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담겼다. 이와 함께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지도자는 신중하게 문제를 처리해 나라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신화통신은 아예 대놓고 한국내 사드 반대여론을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햇볕정책 신봉자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대한민국 여론의 주류인 양 포장해 단독 인터뷰를 전했다. 정세현은 신화통신과 회견에서 사드배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실패로서 사드는 대중국 감시용일 뿐, 대북용이라는 주장은 기만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외교정책은 도광양회와 화평굴기, 그리고 유소작위라는 사자성어로 변신을 거듭했다. 19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힘이 약할 때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때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취했다. 힘을 축적하자 2000년대 들어 세계평화를 지지하면서 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화평굴기(和平    起) 정책을 깃발로 흔들었다. 여기서 힘을 얻은 중국은 이번엔 아예 세계는 친구가 아니라 갑·을이라는 속내를 드러내며 자국 이익에 영향이 있다면 어떤 문제든 관여하고 개입하겠다는 유소작위를 플래카드로 걸었다.

 사드 따위가 자국의 이익에 무슨 상처를 주겠냐만 한발 밀리면 한미일 삼각동맹 트라이앵글이 어떤 장풍괴력을 보일지 모른다는 기선제압에 나선 셈이다. 실제로 중국은 사드 문제에서 어떤 명분도 없다. 자신들 땅 동쪽 마루 곳곳에 한반도를 향한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를 배치한 작태도 그렇지만 김정일 집권시절 핵개발 진행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도 조중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눈 감아준 과거는 이제 현재형이다. 사드를 빌미로 한미일 삼각동맹의 한 기둥을 흔들어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신풍이 아니라 미풍에 그치길 획책하자는 꼼수가 눈에 보인다.

 그 수작에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이들이 이 땅에는 줄을 섰다. 첫 타자는 정세현 같은 통일론으로 밥 먹고 출세한 자들이고 이어지는 타순은 역시 좌파 정권의 하수인들이다. CCTV가 현장취재를 벌이는 성주에서 한바탕 난장을 부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참에 중국을 찾아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과 사드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겠다고까지 한다. 중국의 노림수에 제대로 걸려든 느낌이다.

 더민주 김한정 의원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그는 정 대표를 향해 "사드 배치 반대 본질을 왜곡, 호도하지 말고 잘못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밝혔다. 정진석 새누리 원내대표는 "더민주 김한정 의원이 성주에 내려가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 없게 됐다'고 말했다"며 "사드 배치 결정이 미사일 맞을 짓을 한 것이냐. 이 분이 대한민국 의원 맞냐"고 비판한데 따른 반발이다. 김한정 의원의 성주 발언은 "(박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작년에 만나 협조요청을 해왔는데 지금 갑자기 중국도 필요없다는 식이 돼 버렸다. 북한은 오늘도 노동2호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추가도발을 해도 우리가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 팩트다.

 광란의 수준으로 혈압을 올리는 중국이나 이에 동조하고 한술 더해 정권 흔들기에 나선 야당의원들, 부화뇌동하는 햇볕정책 신봉자들 모두가 사드에 목숨을 건 모양새다. 목숨 걸 일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목숨 거는 척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 보이지만 딱한 일이다. 말 그대로 유소작위다. 내가 하면 로맨스, 뭐든 정당한 일이지만 남이 하면 죽어도 못 보겠다는 심각한 정신병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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