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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산업의 발전은 소방활동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필자가 처음 소방에 입문할 때만 해도 화재진압장비라고는 물을 실은 펌프차량으로 탑승공간도 없어 차량뒷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화재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서 사용한 소방호스는 여유분이 없어 세척해서 말릴 시간도 없이 다시 차량에 적재해 재출동 준비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열악한 장비로도 예측불허의 재난상황에 긴장도 되고 두려움도 있었지만 소명의식 하나로 사람들이 피난하는 화마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 당시 미흡했던 장비와 근무환경은 세월이 흐르고 경제의 발전과 안전을 우선시 하는 정부정책의 변화로 이제는 운전석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화점에 방수를 하고 기능성과 현장 활동성이 향상된 개인장비로 신체를 보호하며 시민들의 재산피해경감과 인명구조에 임하고 있다.
 소방의 현장활동에도 다양한 장비가 투입되고 있다. 공기호흡기 같은 기본적인 개인장비와 다양한 구조장비, 그리고 특히 울산지역은 국가산업단지가 많아 시에서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으로 공장화재에 적응성이 뛰어난 고성능화학차, 내폭화학차 등이 도입되어 현장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업단지와 많은 양의 위험물, 영남알프스의 넓은 산악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난감시와 상황파악 목적으로 중부소방서와 남부소방서에 드론을 한 대씩 배치하여 활용하고 있다.
 드론은 2000년대 초반 군사용 무인항공기로 처음 개발되었는데 '드론'이란 영어단어는 원래 벌이 내는 웅웅거리는 소리를 뜻하는 것으로 작은 항공기가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러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드론산업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군사용에서 벗어나 국가적 미래 전략사업으로 추진하고 다양한 분야로 상업화하고 있다.
 넓은 지역에 물품 수송이 가능한 택배 서비스와 일상적인 배달, 농업분야의 농약살포, 긴급하게 수혈용 혈액이나 의약품 수송도 기대해볼 수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미래 먹거리 신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고 현재는 민간부분에서도 신문·방송 업계나 영화 제작사들이 드론을 촬영용 기기로 활용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접근되고 있다.
 소방에 도입된 드론은 대형 공장화재의 현장상황정보, 물질특성정보, 확산예측정보와 넓은 산악지역 인명구조 수색 등에 투입해 실시간 현장정보 전송을 통해 현장지휘와 상황실간 다자간 영상통신을 기반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판단과 초기대응으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방에서의 주요 드론 활용분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대형재난 발생 시 현장대응전략 강구 및 실시간 상황관리 △위험지역 예찰지원 및 광범위한 수색활동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대한 피해상황 및 추가 위험정보 파악 △구조대원의 접근이 어려운 특수사고·위험지역의 활동지원 등이다.
 드론을 띄워 실시간 영상 확인으로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현장지휘가 가능한 데다 다양한 영상카메라 등을 활용한 수색시간 및 공간적 범위는 확대된다. 또 현장 영상분석자료 확보를 통해 신속한 대응과 현장탐색, 구조업무 지원 및 각종 구호품 장비 수송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중앙119구조본부는 구조분야 활용목적으로는 최초로 드론을 도입하여 2013년 필리핀 태풍피해지역과 2015년 네팔 지진지역에서 국제구조 활동시 사용하여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대한 진입로 모색과 인명검색에 활용한 실적이 있다.
 그렇지만 드론을 도입했다고 해서 모든 재난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넓은 지역의 수색이나 장시간 많은 소방력을 필요로 하는 화학공장의 화재 폭발, 누출 등의 사고가 자주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드론 사용에는 제한적인 사항도 많다. 처음 군사용으로 만들어져서인지 지역적 공간적 규제가 많고 또한 안전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인데, 국내에서 드론산업이 발달하려면 이런 규제들이 정비돼야 한다.
 한편으로는 드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인 관리감독 기능과 고난이도의 조종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면허취득제도 등 더 섬세한 규제나 안전조치들이 강화돼야 재난현장에서도 안전하게 드론을 띄워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소방에도 드론이 도입됐지만 시민의 안전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드론의 활용미흡 등의 지적이 있다 해도 드론을 사용하는 사고가 없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드론은 대형재난에서의 사용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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