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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병원들이 고질적인 의사 수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타시도 대비 최대 두배에 육박하는 연봉을 제안하거나 숙소를 제공하는 등 막대한 인센티브에도 의료진들의 울산 기피현상은 크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정압박과 과잉진료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18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울산의 인구당 의사수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년)' 자료를 보면 울산의 인구 10만 명당 의사수(2014년 기준)는 123명으로 7대 특별·광역시도 중 꼴찌다.

#대구·부산으로 발품팔아 '의사 모셔오기'
전국 평균 172명과 대비하면 70% 수준이고, 267명에 달하는 서울과 비교하면 고작 절반에 불과하다. 전국 16개 시도(세종시 제외) 중에서도 116명인 경북 다음으로 적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울산 병원들은 연중 '의사 모셔오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통상 1~2년마다 재계약을 거쳐 근무를 연장하는 의사들이 울산을 떠나면서 인력을 보전해야하는 상황이 어김없이 찾아온다"며 "의사들이 쏠린 수도권이나 부산, 대구 등 인근대도시 병원을 찾아 이직을 원하는 전문의를 수소문하거나 친분이 있는 의과대학 교수들에게 펠로우(전임의)를 소개받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친다"고 말했다.
 병원들의 이같은 발품에도 원활한 인력조달은 쉽지 않다. 울산은 의과대학이 없어(울산대 의대는 서울에 소재)의료진을 무조건 역외에서 수급해야하는 입장이지만, 반대로 의사들은 울산을 가장 기피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타시도보다 월등히 연봉을 제안하는 것은 물론, 일부 중소병원들은 숙소를 제공하는 등 필살기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수도권은 사실상 어렵다보니 대구나 부산에서 수급하는 편"이라며 "월임금 1,000만 원 또는 1,500만 원을 받고 있는 경우 이직하는 조건으로 최소 1,000만원 이상 많거나 두배에 이르는 2,000만원 또는 2,500만원의 연봉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특별한 경우 원룸 등 별도 숙소를 제공하고 병원이 5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지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나같이 후한 대우를 해야 의사를 구할 수 있는 처지다보니 울산의 의사 인건비는 전국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울산 종합병원 전문의 연봉 2억6천만원 전국 최고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의 '2015회계연도 결산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병원 100개 이상 지역 종합병원의 전문의 1인당 연봉은 울산이 2억6,300만원(2014년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또 다른 중소병원 관계자는 "이른바 스펙을 쌓을 수 있고 신 장비를 체험할 수 있는 대형 병원들은 연봉이 적어도 경력삼아 취업하는 경우가 있다"며 "반면 규모나 장비가 열악한 중소병원 일수록 보상심리로 고임금을 요구하는 의사들이 많다보니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병원 재정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국 과잉진료 논란을 낳고 있다.

#병원측 재정압박에 과잉진료 등 우려 높아
지역의 한 의료계 인사는 "의료수가가 정해져 있다보니, MRI 등 고비용 장비 이용을 권하는 방식으로 재정압박을 해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뜀했다.
 의료진들은 자녀교육 문제를 울산의 가장 큰 핸디캡으로 내세우고 있다. 교육인프라가 수도권 만큼 다양하지 않다보니 가족 동반이주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람병원 김성민 상임이사는 "울산은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나 정주여건이 좋은 부산과 대구 사이에 끼어있다보니 수급상 어려움이 더 큰 편"이라며 "과거 공업도시 울산에 대한 고정관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타지역보다 평균 30% 이상의 연봉을 지급해야 고용을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개선된 울산의 환경이나 교육인프라를 체험하면서 이주하는 경우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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