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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이사 겸 국장

호가호위(狐假虎威)는 무수한 유사 관용구를 가진 사자성어다. 유교사회에서 관공서 옆에만 살아도 완장을 찬 듯한 것이 우리네 고질병이었으니 백성의 원성이 그만큼 극에 달했다는 이야기다. 초나라 선왕 때의 일이다.

    선왕이 "내 듣자하니, 북방 오랑캐들이 우리 나라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그러자 대신 강을이 호가호위를 이야기 한다.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는데 여우가 호랑이에게 나는 천제(天帝)가 명한 사자(使者)이니 나를 잡아먹으면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으로 엄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외친다. 실제로 호랑이가 여우의 뒤를 따라가 보니 모든 짐승들이 달아났다. 여우 뒤의 호랑이 때문이었는데 호랑이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많은 나라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선왕의 강한 군사력 때문이라는 것을 빗대 이야기 한 셈이다.

 우리 속담에 '대신집 송아지 백정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부터 '사또 덕에 나팔 분다', '포숫집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등 비슷한 표현이 너무나 많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이야기도 딱 이 장면이다. 산책길에 개를 데리고 다니는 주인이 개를 통제하지 못하면  개망신을 당한다. 각종 예방주사를 소홀히 하고 사람에게 달려들어 물어뜯는 것부터 길바닥에 함부로 배설을 저지르는 일까지 평소에 단단히 잡아두지 않은 상태로 길거리에 나선 개는 주인의 뒷배를 믿고 날뛰기 마련이다. 물어뜯고 짖어내고 함부로 싸 갈기는 행패는 통제 대상을 넘어서기 십상이다. 바로 구벌인세다. 주인을 믿고 날뛰는 개 이야기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연일 대통령의 레임덕을 거론하며 '우병우 구하기'가 정권의 자충수가 될 것임을 이야기 하고 청와대와 일부 여권은 우병우 문제로 대통령 흔들기에 나선 정치공세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특별감찰관의 SNS가 국기를 흔드는 것이라는 굳은 표정의 청와대 홍보수석 브리핑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병우는 현재 살아 있는 권력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끌어 내리려는 시도는 흔들기로 안된다. 이 문제는 문창극이나 안대희와 다른 일이다. 감찰관의 언론 흘리기가 어떤 목적과 배후를 가졌는지 밝혀져야 한다면 밝혀내야 하는 것이 우리 검찰이다.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 우병우의 비리가 아니라 감찰관의 배후로 향했으니 야권은 적반하장이라 흥분하겠지만 우병우 흔들기의 종착지 역시 대통령과 정권의 존망에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우병우를 지키려는 청와대나 흔들어 끌어내리겠다는 쌍방의 의도는 분명하다. 문제는 국민의 뜻이다.

 하기야 국민의 뜻은 언제나 정치적 수사의 관용어인 것이 오늘의 민주주의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국민의 뜻이다, 너무나 닳아빠진 습관성 문장이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분골쇄신한 가신 우병우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현재의 권력도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우병우 수석의 의혹들이 사실이라해도 대통령을 모시는데 월권을 한 것도 아니고 물어뜯거나 짖어대는 일도 없지 않았나 반문하고 싶은 대목이다.

    기껏해야 의경에 입대한 아들이 우짜던지 조금 편한 보직에 있도록 전화 몇 통 누른 일과 내 돈보다 내 돈 아닌 것으로 편한 호사를 누려보려 처가 회사에서 편의를 보았다는 게 죽을 죄는 아니지 않느냐고 외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내만 그렇나 뭐, 니 아들 군에 갔을 때 깃털같은 권력이라도 가진 자라면 그냥 팔짱만 끼고 있지 않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고 되받아 치고 싶을 지도 모른다.

 인지상정이야 보편적 묵인 사항이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 아닌가. 문제는 왜, 반드시, 꼭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을 대통령의 최측근에 그냥 두려하는가에 있다. 그래, 야당의 공세가 대통령을 향해 있고 그 흔들기의 파장이 나비효과로 번져 내년 대선에서 10년만의 야당정권이 나올 수 있기에 밀리면 안될 수 있다. 우병우를 흔들어 정권에 흠집을 극대화하고 이를 기점으로 대통령과 여권을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것이 야권의 암수라면 그건 하수다.

    우병우는 우병우로 끝내면 되고 여론은 오래가지 않는다. 물고 늘어져 끝내는 만신창이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좌빨 정치꾼들이 그 정도 하수는 아니다. 우병우를 버리지 못하는 대통령, 버릴 수 없는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싶은 의도가 뒤에 숨었다. 슬쩍 이야기를 만들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의 정치공세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개가 아니라 주인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은 둘로 갈라진 사회다. 통합과 화합을 이야기하고 소통을 이야기 하지만 갈라진 두쪽의 중심부엔 멸시와 조롱이 형용사와 관용어로 치장한 채 숨어 있다. 개를 야단치고 혼을 내는 주인에게는 개의 문제만 이야기 하지만 가만두는 주인에게는 미친 개처럼 달려드는 야성이 숨어 있다. 그래서 선택이 필요하다. 스스로 집을 나서 들개가 되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답이다. 시기를 놓치면 더 사나와 질 수 있기에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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