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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석남사 인근에서 두 그루의 나무가 완전히 합쳐져 자라는 희귀한 소나무가 발견돼 지자체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생명의숲은 23일 정우규 공동대표가 영남알프스 일대의 노거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지산 석남사 입구에서 이주합체(二株合體)된 소나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에 따르면 이 소나무는 크기가 다른 두 그루의 소나무가 지표면에서부터 서로 줄기를 감고 자라다가 부름켜와 생장점 분열조직이 합쳐져 한그루가 됐다.

▲ 울산 울주군 석남사 인근에서 두 그루의 나무가 완전히 합쳐져 자라는 희귀한 이주합체 소나무가 발견됐다. 이 나무는 작은 나무가 큰 나무를 2차례 감은 형태다. 울산생명의숲 제공
# 작은 나무가 큰 나무 2회 감아
큰 소나무의 크기는 밑둥 지름이 210cm, 둘레는 190cm이며 키는 15m이다. 작은 소나무는 지름이 20cm이다.
 합쳐진 소나무는 지상부 2m에서 4.5m사이 작은 나무가 큰 나무를 2회 감은 형태로 회전 주기 간격은 120~130cm이다.
 나무 밑둥에 지난 1940년대 일제가 송진을 채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남아 있어 큰 나무는 150~200살로 정 대표는 추정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작은 그루가 큰 그루의 줄기를 돌면서 자라다 바람 등으로 생긴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합쳐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나무는 상수리나무, 서나무, 노각나무, 쪽동백나무 등이 있는 석남사 입구 숲속에 위치해 있어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
 이 같이 두 그루가 합쳐진 나무는 예부터 남녀간의 사랑을 상징하는 나무로 귀하게 여겼다.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다가 서로 접촉되고 바람 등 물리적 힘에 의해 상처를 입어 가지의 조직이 합쳐진 나무의 가지를 '연리지'라고 한다.
 같은 과정으로 줄기가 합쳐진 나무는 '연리목', 뿌리가 합쳐졌거나 한 그루 뿌리의 다른 부분에서 싹이나 자란 나무는 '연근목'으로 불린다.

# 남녀 사랑 상징…관광자원화 가능
역사적 기록도 남아 있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장한가(長恨歌)에서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연리지에 빗대 표현하면서 남녀의 사랑을 상징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사기 제19권 고구려본기 제7권에 양원왕 2년(546년) 2월에 왕도에서 배나무 연리지가 발견된 사실을 기록했을 정도로 중요하게 다뤘다.
 고려사에도 광종 24년(973) '2월 임인일에 서울 덕서리에서 연리목이 났다', 성종 6년(987) '충주에서 연리목이 났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정 대표는 "두 그루의 나무 일부가 합쳐져 물과 양분을 주고받는 사례는 있지만 이 소나무처럼 완전히 한 그루가 돼 자라고 있는 것은 매우 희귀한 발견이다"며 "이 나무는 울산의 자랑이고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 울주군이 실태 파악에 나서 경쟁 식생의 제거 등 보호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조창훈기자 us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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