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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이 고질적인 의사 수급난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의료취약지역이 아닌데다, 병원 커리어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인력수급 문제까지 정책적인 개입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은 기피요인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교육이나 문화 등 정주여건을 개선해 의료진이 선호하는 매력도시로 탈바꿈하는 자구책만이 유일한 돌파구다. 울산신문 자료사진.

울산이 고질적인 의사 수급난을 겪고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은 어려운 상황이다. 울산은 정부가 관리하는 의료취약지역이 아닌데다, 병원 커리어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인력수급 문제까지는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부처의 해석이다. 결국 기피요인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교육이나 문화 등 정주여건을 개선해 의료진이 선호하는 도시로 탈바꿈하는 자구책만이 유일한 돌파구다. 편집자


#교육·문화 인프라 태부족
의료진들이 울산을 기피하는 사유 중 가장 지배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교육과 문화 인프라다.
 이들은 수도권보다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는 특목자사고 등이 적은데다 전국 탑클래스 종합대학이 없다는 것을 울산의 핸디캡으로 지적한다.
 여기다 가족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이 풍족하지 않다보니 이주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료진들이 고용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연봉을 요구하는 것은 이 같은 여건을 감내하는데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울산이 인구 10만 명당 의사수(2014년 기준·123명)는 7대 특별·광역시도 중 꼴찌를 기록하는 반면, 종합병원 전문의 1인당 연봉(2014년 기준·6,300만 원)은 전국 1위를 고수하게 된 결과로 이어졌다.

울산 종합병원 전문의 연봉 전국1위
의료진 지방 기피현상 그대로 반영
신기술 체험·해외연수 등 지원 강화
지역병원, 홍보 등 내부 노력도 필요

#종합병원 7곳…대부분 중소병원
울산은 의료 신기술을 체험하고 실력을 높일 수 있는 대형병원이 풍부한 이른바 '기회의 땅'이 아니라는 것도 의료진들의 시각이다.
 울산에는 대학병원은 울산대병원이 유일하고 동강병원, 중앙병원, 서울산보람병원, 울산병원, 좋은삼정병원, 시티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도 모두 7곳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이들 마저 대다수 200병상 수준의 중소병원들이고 타시도보다 규모나 장비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중 200병상 이상인 곳은 울산대학병원(940병상)과 동강병원(598병상), 서울산보람병원(462병상) 등 3곳이 전부다.
 7곳 모두 종합병원의 기준은 충족하지만 경영여건이 어렵다보니 법적 기준 이상의 환경을 갖추기 위해 선뜻 투자를 강행할 수 없는 것이 대다수 병원의 속사정이다. 
 종합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100개 이상의 병상과 7개 또는 9개 이상의 진료과목, 각 진료과목에 전속하는 전문의 등 몇가지 기준만 갖추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감염내과는 울산대학병원에서만 운영이 되고 있어 지난해 메르스 파동 때 의료공급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화상전문치료병원이 없어 공단사고로 발생한 화상환자들은 부산 등 타시도로 이송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첨단 장비를 갖추고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대형병원의 경우 주요경력을 쌓고자하는 의료진들이 볼 때 매력이 있다"며 "상당수 중소병원은 이같은 지원이 어렵고 상징성을 가진 스타의사를 확보하지도 못한 상황이어서 젊은 의사들을 유인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선택의 문제 정책적 관여 불가
정책적인 돌파구를 찾기도 어렵다.
 보건복지부가 형평성 있는 의료진 수급을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울산은 여기서도 제외되는 지역이다.
 보건복지부는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년)'을 세우고 의료 취약지역 해소를 위한 인력 수급방안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광역시인 울산은 대상이 아니다.
 의료취약 지역에는 의료시설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도서산간 지역만 포함된다.
 게다가 울산이 취약지역이라 치더라도 의료진 수급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의료 인력수급 관리담당인 변성미 사무관은 "정부가 공공보건의료 중기 계획을 마련한 것은 지역·계층·분야와 관계없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는 데 목적이 있다"며 "울산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아니며, 부익부빈익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적용하더라도 이는 공공의료 분야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변 사무관은 "종합병원 등의 의사 수급 문제는 지역적 특성이나 병원의 커리어 등에 따른 선택의 문제여서 정책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입장을 밝힌 뒤 "지자체가 이러한 특성을 잘 판단해 고급 의료진들을 유인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자구 노력도 강화돼야
결국 교육·환경 등 정주여건 개선이 꾸준히 이뤄져야하고 그때까지 의료진 확보를 위한 지역병원들의 자구 노력도 강화돼야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결론이다.
 특히 병원들의 홍보활동은 의료진 유입은 물론 울산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도 일조해 인력을 선순환시키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 의료계 내부의 분석이다.
 보람병원 김성민 상임이사는 "매년 2월마다 의료진과의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동절기마다 수도권 지역 의대나 의료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채용을 위한 인터뷰를 실시하고 있다"며 "아쉬운 쪽은 병원이다보니 울산의 교육여건이나 문화 인프라가 과거보다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후발광역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특목자사고가 4곳에 달하는 것은 물론 최근 마이스터고등학교나 스포츠과학중고가 신설됐고, 미국 센트럴파크에 견줄만 한 울산대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의료진들이 대다수"라며 "울산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어 놓는 작업을 거쳐 의료진들끼리 울산을 추천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울산지역 병원의 시설이나 장비도 유능한 의사들을 유인하기에 충분치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첨단장비와 진료과목 세분화  를 통해 환자의 생애전반을 관리하는 터미널병원이 되기위한 지역 의료계 내부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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