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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이미 건조한 선박을 떠안게 됐다. 유가하락과 조선업 불황이 겹치면서 발주사가 계약 해지를 내세우며 인도를 거부하자, 현대중공업은 발주처가 계약을 취소한 반잠수식 시추선의 선수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대신 시추선 소유권을 넘겨받아 재매각이나 임대를 통해 건조대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조선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매수자를 찾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과 추가 인도 거부 사례에 대한 조치는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노르웨이 발주사와 원만 합의 소유권 넘겨 받아
현대중공업은 반잠수식 시추선 '볼스타 돌핀' 프로젝트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와 최근 이같은 방식으로 합의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사가 영국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에 신청했던 중재를 각각 철회했다.
 두 회사는 반잠수식 시추선 '볼스타 돌핀' 프로젝트를 둘러싼 중재를 종결하기로 합의하고, 현대중공업은 시추선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선주사로부터 받은 선수금 1억7,600만 달러(약 1,982억원)를 돌려주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재까지 가면 서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씩 양보하면서 원만하게 합의했다"며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면서 매각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고 발주처와 관계도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의 자회사 볼스타돌핀은 지난해 10월 반잠수식 시추선의 인도 지연을 이유로 현대중공업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인도를 거부했다. 이 시추선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2년 5월 프레드 올센 에너지로부터 6억2,000만 달러에 수주했고, 지난해 3월 인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프레드 올센 측의 빈번한 설계변경 요청 등으로 인해 지난해 12월로 인도 시점이 늦춰졌다.
 현대중공업은 이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비용 1억6,700만달러(1,884억원)를 더 달라고 프레드 올센 측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지난 22일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중재를 신청했다. 프레드 올센 측은 이에 맞서 이날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

# 숙박선 등 2건도 취소 현재 중재 진행
이번 합의로 현대중공업은 떠안게 된 시추선을 제3자에게 팔거나 임대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 시황이 좋지 않아 시추선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 불투명하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선박·해양플랜트 가운데 인도 거부 사례가 또 있다.
 올해 4월에 두 차례 선주사로부터 선박 건조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는데, 에다 어코모데이션(Edda Accommodation)이 기발주한 숙박선에 대한 계약 취소와 선수금 6,900만 달러 환급을, 토이사(Toisa)가 해양건설지원선의 계약 취소와 선수금 6,750만 달러 환급을 요구해 중재를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빅3 조선업체들은 발주사가 인도를 거부하거나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해양플랜트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본 실정. 국제유가 하락으로 시추장비 수요가 감소하면서 최근 해양플랜트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그동안 발주 계약시에도 계약 취소와 관련한 제재가 사실상 없어 국내 조선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해양 플랜트 계약이 취소 또는 해지되면 선박이나 플랜트를 다른 곳에 팔겠다고 하지만 업황이 나빠 현재로선 마땅히 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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