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이라는 용어가 이젠 우리 일상에서 제법 익숙하게 쓰이는 것 같다. 여기에 크게 기여한 최근의 뉴스거리는 단연 세계적인 포켓몬Go 게임의 열풍이라 하겠다.
 불과 수개월 만에 하루 이용자 수 2,100만 명이라는 놀라운 숫자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새로운 장르의 게임 세계를 만들며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이렇듯 최근 개발되고 있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활용한 콘텐츠의 발달이 하루가 다르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포켓몬Go를 언급하며 AR·VR 원천기술 개발과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무장한 킬러 콘텐츠의 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


 우선 포켓몬Go 열풍의 저변에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6년초, '포켓몬'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세상에 출현했다. 당시 초등학생들은 귀여운 디자인의 몬스터들( 피카츄, 라이츄, 리자몽…)을 하나씩 포획해 포켓몬 도감을 완성시켜가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었다. 그런데 이제 30을 훌쩍 넘긴 사람들에게는 '지난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추억의 아이콘'쯤으로나 여겨질 만한 그 포켓몬이, 올해 전 세계에 엄청난 기세로 다시 부활한 것이다. 6년간의 긴 시간을 투자해 150종의 캐릭터를 만들어 오픈하고, 이후 지속 개발하여 700여종의 다양한 캐릭터와 탄탄히 짜여진 스토리텔링으로 전세계에 이미 수억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만들어진 AR게임 포켓몬Go는, 충분히 잘 계획되고 준비된 가운데 시장을 '오픈'했던 것이다. 이번 여름 휴가철 속초와 울산 간절곶 등지에서 목격된 우리 젊은이들의 포켓몬 잡기 열풍만 놓고 보더라도, 부활한 포켓몬 게임('포켓몬 GO')이 얼마나 뛰어난 대중성과 파급력을 갖추고 있는지 능히 짐작할 만 하다.
 '때마침 정부에서 증강현실 기반 콘텐츠 제작에 대대적인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언제  증강현실 기반의 킬러-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느냐? 너무 늦어선 안 되는 것 아니냐? 무엇부터 시작하면 되겠느냐? 과연 우리 사회의 어느 부문에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반의 콘텐츠 시장을 선도해 갈 수 있는 저력이 내재되어 있기나 한 것인가?'하며 저마다 기대반 우려반 열띤 의견들을 쏟아낸다.


 마침 우리 산업현장의 AR·VR 융합 콘텐츠 사업화 포럼도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 관심이 많은 울산, 부산, 경남 그리고 수도권 소재 기업과 학계의 관련분야 전문가 분들과 함께 '산업현장의 AR·VR 융합 콘텐츠 사업화'라는 주제로 2년째 포럼 활동을 유지하고 있던 터였기에, 위와 같은 질문에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대안을 찾아 답하고 싶었다.
 휴가기간을 전후하여 틈틈이 '미래기획모임'에서 대안에 관한 논의를 거듭한 결과, 모아진 생각은 흥미롭게도, '그 답은 반구대 암각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배와 작살 등을 이용하여 고래를 사냥하는 대단히 사실적인 포경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필시 우리에겐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상상의 세계를 현실적인 방법으로 그려내는 가상현실(VR) 장인의 유전자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능히 우리의 생활과 주요 산업의 생생한 모습뿐만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생활상까지도, 현재의 첨단기술인 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되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담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또 이러한 콘텐츠 문화와 산업이 이 땅에서 융성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만 된다면, '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과 그에 기반하는 콘텐츠 산업'은 최근 '50여 년 산업수도로 기능해 온 울산'과 경남지역에 불어 닥친 어려운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기술과 대안산업이 될 수 있다.
 포켓몬Go 열풍의 기반이 20여 년간의 선행사업성과에 있었던 것처럼, 지난 50여 년간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자, 울산·부산·경남지역의 경쟁력으로 인정받아 온 산업현장의 명품기술과 노하우, '땀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 등은 분명 '증강현실·가상현실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떠받치는 튼튼한 버팀목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또한 우리가 보유한 명품기술들을 '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콘텐츠로 만들어 후대에 넘겨준다면 이것보다 좋은 콘텐츠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