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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소설가

온산공단의 정지작업이 시작됐을 때인가 보다. 울주군 온산면 원산리 출신인 울산문화방송 정택락 사장이 부친상을 당하게 되었다. 정 사장은 이후락 대통령 비서실장의 최측근이어서 경향 각지에서 문상객이 줄을 이으며 다녀갔는데 강영수 경남지사와 전천수 경남도교육감이 문상을 안올리 없었다.

 그 때는 도교육감이 웬만한 사항이라도 도지사에게 보고하거나 사전협의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그마저 대면할 시간을 편하게 얻지 못했다. 전 교육감은 울산으로 문상가는 길에 같은 차에 동승하면 그동안 못드린 얘기를 다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강 지사에게 아뢰어 승낙을 얻게 되었다.

 창원을 출발한 차가 경찰싸이카의 선도를 받아 쏜살같이 달려왔으나 온산에 이르러서는 차를 멈추어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정지작업을 하면서 상가로 드는 길을 도자로 밀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운전기사가 마침 떼지어 길을 가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보고 길을 묻게 되었다.

 "여기 보세요! 학생들! 원산리로 가려면 어디로 가면 되지요? 온산면 원산리!" "예, 저리가면 되지요!"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요?" "그럼 가르쳐 주면 우리 다 태워줄란교?"  한 학생이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헤헤거리면서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본 전 교육감의 얼굴이 붉어지려는데 강 지사가 그냥 넘어갈리 없었다.

 "흥, 경남도교육 참 잘 되었다. 멋지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전 교육감만 죽을 맛이 될 뿐이었다. 그 후 어렵사리 상가에 도착했어도 강 지사의 우스개 핀잔으로 정 사장과 주위 사람들이 알게돼 박장대소한 일이 있었다.

 벌써 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그 때의 일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지금 울산의 소년소녀들은 훌륭한 교육으로 건전하게 바르고 착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증언하게 위해서다.

 나는 장애인의 판정을 받고 지팡이를 의지해 걸어야하는 처지로 중구 성안동에 거주하고 있지만 몇 년 전 이곳의 성안초등교와 성안중학교 학생들로부터 눈시울을 적시도록 갸륵한 선행을 입고 나서 김복만 교육감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실 것을 편지로 의뢰한 적이 있는데 교육감께서 이들 학교에 전화를 하고 격려한 적이 있었다.

 그 후 그들은 상급학교로 진학을 하고 지금도 길거리에서 만나면 달려와 손을 꼬옥 잡는 친구가 되었다. 더욱 보람스러운 것은 그 때 나에게 행한 선행으로 학교로부터 칭찬을 받은 아이가 그 일이 있은 후부터 학업에 적극성을 보이게 되어 하위에 있던 성적과 품행 모두를 상급성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모친이 친정엄마와 같이 나를 찾아와 일러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늘 꾸중을 하면서도 어쩐지 칭찬에는 너무 인색한 편인데 칭찬이 이만큼 중요한 교육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나는 몇 년 전 눈시울을 적시도록 갸륵한 어린이들의 선행을 느낀 적이 있듯이 올여름 폭염이 마지막 극성을 부리던 날 그와 같은 선행을 행하는 어린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명절을 넘기면서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 소년들은 착하고 기특한 소년들이었다. 어른들이 앞에 있어도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그들은 기민하게 달려들어 모두 합심하여 나를 도와줌으로써 큰 위기를 모면하게 했던 것이다. 강남초등학교 5학년 1반 김태양 군과 그와 어울려 나온 같은 학교 친구들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어린 소년들을 장차 국가의 동량으로 키워내기에 열정을 다하고 있는 일선 교사들의 희생적인 봉사의 결과라 여기면서 또한 현저하게 학업성적을 올려 전국 시도교육청 종합평가에서 우수상을 받고 학력평가에서 학력정진 프로젝트 부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울산교육의 성과가 아닐까 한다.

 특히 울산광역시교육청은 2015 교육부 평가 7개 부문에서 과반수를 가장 좋은 성적을 얻게 된 것이다. 자라나는 소년들! 우리의 미래가 될 울산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다음의 명구를 항상 잊지 말기를 바라고 싶다.     

 "소년이여 대지를 품어라." 일본의 북해도 어느 학교의 미국인 교장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말이다.  또 "웃고 뛰놀자. 그리고 생각하고 푸른 내일의 꿈을 키우자." 서울 어린이 회관의 기념비에 직접 쓰고 새겼던 육영수여사의 휘호이다.

    소년소녀들이여! 가슴에 큰 뜻을 품고 푸른 내일의 꿈을 키우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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