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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9·12' 강진에 이어 계속된 여진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가 지진 피해로 건물 전체가 기운 것으로 드러나 입주민들이 극도의 불안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28일 오후 4시 34분께 경주에서 또다시 리히터 규모 3.1의 여진이 발생해 주민 불안을 더하고 있다.

 건물이 기운 곳은 동구 전하동 40세대 규모 로얄맨션. 이 아파트는 경주 9·12 강진을 시작으로 기울어짐 현상이 시작됐다는 게 입주민들의 얘기다.
 28일 취재진이 찾은 이 아파트 건물의 기울어짐 현상은 육안으로 봐도 심각해 보였다.
 취재진이 아파트 1층에 들어가자 기울어진 건물이 뒤틀리면서 상당수 현관문의 삐꺽거림이 심했다.
 아파트 1층 102, 103호의 베란다 샤시는 기울어진 건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배부른 것처럼  부푼 채 찌그러져 있었다. 특히 102호, 103호, 107호는 현관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그라인더 등으로 갈아낸뒤 사용하고 있다.

▲ 동구 전하동 소재 40세대 규모의 맨션이 지난 9·12지진을 시작으로 기울어짐 현상이 나타나면서 1층 창호가 건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어져 있다. 노윤서기자 usnys@
 거실과 방 안에서 느껴지는 기울어짐 현상은 더욱 심각했다. 취재진이 컵에 물을 담아 거실 바닥에 내려 놓았지만, 컵은 곧바로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입주민 대표 김옥자(53·여)씨는 "경주 강진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며 "동구청에 수차례에 걸쳐 아파트 정밀구조진단을 요구했지만 퇴짜만 맞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입주자들이 모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알아서 하라고만 할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아파트가 지진피해로 기울어져 입주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는 데 행정기관은 주민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입주민들은 29일 아파트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선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관할 지자체인 동구는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동구 측은 "아파트는 지난 1983년 준공된 노후화로 인해 수 년 전부터 특정관리건축물로 분류해 연 2회에 걸쳐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C등급을 받은 보수가 필요한 건물로 분류하고 있지만 붕괴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점검 기준에 따르면 A등급은 '관리 미 필요', B등급은 '위험성은 없으나 관리 필요', C등급은 '위험성이 있어 지속적인 점검', D등급은 '위험성이 높아 정비계획 필요', E등급은 '위험성이 매우 높아 정비계획이 필요'한 곳으로 분류하고 있다. 결국 관할 지자체가 주민들의 대책 요구에 손을 놓으면서  이 아파트 40세대 100여 명의 불안은 장기간 지속될 처지에 놓였다.  김장현기자  usk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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