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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수입차로 시속 220㎞로 달리며 광란의 질주를 했던 젊은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철없는 금수저들의 장난이라고 보기엔 위험천만하기 이를 데 없는 행위였다. 분수를 모르고 날뛴 이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단순한 질시 그 이상의 저주가 있다. 그들이 질주의 쾌락에 빠져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가졌을 공포는 어땠을까?

# 파업권은 챙기고 체결권은 폐기처분
석 달이 넘도록 교섭을 매듭짓지 못한 현대차 임금교섭이 급기야 외부의 강제적인 조정을 부르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보도가 나가기 바쁘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라"고 주문했다. 현대차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력과 30여 차례로 빚은 피해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와 거래하는 협력업체 가운데 기업의 사망선고인 '부도' 공포를 느끼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푸드사들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배식량 축소로 '배를 곯을 판'이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5월 17일부터 시작된 현대차 교섭은 지난 달 24일 어렵게 어렵게 잠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26일 치러진 조합원총회에서 부결됐다. 잠정안 마련에 참여한 노조측 교섭위원 일부가 현장으로 돌아가 부결운동을 벌인 엽기적인 일까지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후 노조의 행보는 더더욱 엽기적이다. 조합원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을 되레 회사로 돌리며 파업강도만 높인 것이다. 지부장에게 부여된 '파업권'과 '체결권' 중 하나는 과도할 정도로 행사하면서 또 다른 하나는 폐기처분한 이중적인 행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노조가 결단해야 한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직접 인건비 14.3%는 일본기업의 두 배라고 한다. 이러고도 지금까지 용케 버틴 게 참 신기하다. 생산성은 동생기업인 해외공장보다도 턱없이 낮으면서 매년 "투쟁"을 외치는 꼴을 보다 못해 "국내공장은 문닫고 해외로 나가라"는 자해성(현대차가 없는 한국경제를 생각해보라) 주문까지 해대는 국내여론이 무섭지 않은지. 배짱인지 무식함인지 구분이 어렵다.
 사실 현대차의 파업은 내가 딛고 있는 사다리를 스스로 차버리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또 협력업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잔뿌리를 제거하는 것이다. 고층건물일수록 땅 속에 묻힌 부분이 깊듯이, 튼튼하고 큰 기업도 건강한 협력업체가 버텨줘야 한다. 내 욕심에 함몰돼 같은 노동자들을 괴롭히며 파업기간 골프 부킹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
 노조는 '조합원의 뜻'이라며 회사에 대해 추가적인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국민의 뜻'이라는 말에 이골이 난 때문일까. 일부의 뜻을 전체의 뜻으로 호도하고 자의적 해석을 하는 모습은 충분히 봐왔다. 조합원을 들먹이며 사측에 손만 벌리는 추한 모습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묻고 싶다.
 '당당하게 하겠다'는 구호와 패기는 어디로 보내고, 구걸이나 다름없는 요구를 하며 파업만 당당하게 하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탄력이 붙은 파업행진은 제 스스로도 멈추기 어려울 것이다. "노조가 결단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슈퍼갑질,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세상의 기본원리는 자업자수(自業自受)다.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는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고임금에 남다른 복지혜택까지 누리면서도 자기 회사와 협력업체에게 수퍼갑질을 해대는 게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 자신들을 향한 비난·저주가 난무하고 있다는 것을 현대차노조가 모를 리 없다. 중소기업협의체조차 "현대차 불매운동을 하겠다"고까지 한다. 그들 중에는 현대차에 납품하는 기업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지 않은가.
 컨베이어 속도를 늦추는 데는 온갖 머리를 쓰면서 파업속도를 올리는 데는 단순무식한 계산만 하는 이런 불합리·부조리가 어디 있나. 현대차는 노조 혼자서 마음대로 흔들고 망쳐도 좋은 그런 기업이 아니다. 창업자·경영자의 고뇌와 역할, 공로는 일단 접어두자. 오늘의 현대차는 지난 50년간 수많은 선배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박봉을 받으면서도 '괜찮은 회사를 만들자'는 일념으로 키운 기업이다. 그리고 정부와 국민이 제도적으로, 마음으로, 또 실제 구매를 하면서 밀어준 기업이다. 그 결과 어느 직장인보다 '잘 대접받는' 사람들이 오늘의 현대차 근로자들이다.
 한 방울의 물을 마실 때라도 우물을 판 사람에게 고마워하라고 했다. 탐욕으로 얼룩진 광란의 파업질주극을 멈춰야 할 이유가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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