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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서니 곰리, 북방의 천사, 철, 1998, 영국 게이츠 헤드에 소재

1950년에 태어난 앤서니 곰리(Anthony Gormley)는 영국 최고의 작가 중에 한 사람이다. 데미안 허스트에 비해 우리에게 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은 동양적인 정서와 감성을 내포하고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만큼 덜 자극적이라는 뜻이다.

 그의 대표작은 영국 북쪽의 마을 게이츠헤드에 세워진 '북방의 천사(Angel of the North)'이다. 높이 22m, 날개 너비 54m, 무게가 208톤으로 1994년부터 98년까지 완성하는데 4년이 걸렸다. 이 구조물을 세우기 위해 땅속에 콘크리트 약 600톤을 부었고, 풍속 160km/h에 견디도록 구조설계를 하고, 비에 견디기 위해 구리를 섞은 강철을 사용했다. 고고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그가 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미술공부를 한 이후 첫 작업은 자신의 몸을 석고로 떠서 캐스팅하고 거기에 납을 부어 만든 인체조각이었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10배나 무거운 이 조각상을 바닷가에 설치하면서 그의 작품은 자연과 정신을 매개하는 물체로 자신의 몸을 상징한 작품이었다. 1994년에는 영국의 국민화가인 터너의 이름을 붙인 '터너상'을 수상하였다.

임창섭 미술평론가
 그의 작품이 유명한 것은 우리 인간의 정신의 위대함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일반인과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 때문이다. 북방의 천사도 주민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무엇을 그들이 원하고 또 무엇 때문에 반대하는지를 경청하고 이를 받아들이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는 예술이 일방적인 예술가의 메시지라는 통념을 거부한 것이다. 그가 했던 여러 공공미술작품은 거개가 이렇게 이루어진 것들이다. 물론 개인적인 취미에 맞지 않아 불쾌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예술은 예술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와 우리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반추하게 한다.

 북방의 천사는 100% 영국의 복권기금으로 건립된 것으로 지금은 누구보다도 그 지역 주민의 사랑받고 있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예술작품이 되었다. 예술을 사랑하면 주변을 보듬게 되고 세상만사를 이해하게 된다. 하긴 그 어려운 예술을 받아들이려면 보통 마음으로는 턱도 없는 일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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