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국남부발전 사원 권혁민

직장인의 하루는 단지 8시간의 근무로 끝나진 않는다. 상급자의 전화 한 통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할당된 업무를 채우기 위해서 그들의 하루는 24시간을 넘을 때도 있다. 그것은 공기업의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 특히나 우리는 뉴스에 매우 민감하다.

 얼마 전 부터 지금까지 발생하는 지진을 예로 들자면, 지진발생 후 친구, 선배, 지인 등 많은 분들의 연락을 받았다. 모두의 궁금증은 '지진나면 발전소는 어떻게 되는 가'였다. 물론 나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한 안전율과 튼튼한 구조물 설계로 인해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은 할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동시에 지진감지장치로 인해 발전소는 정지된다. 그리고 발전소 전 직원들이 비상출근 또는 출근 대기를 한다. 혹시나 발생될 수도 있는 문제로 인해 국민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공기업 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이 하는 일은 개발과 창조의 직무이기 보다는 안정과 유지의 직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건설된 발전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어떠한 불시정지 없이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인가? 이것이 발전공기업의 가장 우선된 책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 주말이든 휴일이든 발전소 내에서 오는 연락 한 번에도 바로 복귀해야한다. 늦는 것은 국민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발전공기업 직원의 주된 덕목은 성실함과 끈질김이 최우선이다. 수 천 평의 발전소 부지의 설비들은 10명 정도의 직원들이 유지하는데 그 모든 설비들을 결함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상상해보면 쉬울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 만들면 사실 할 거 없는 거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결함은 어디든 존재한다. 우선 발전소가 어떻게 가동되는지를 알면 이해가 더 쉽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소는 80m이상의 거대한 보일러 내부에서 열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제된 증기는 터빈을 구동시켜 전기를 만들어낸다. 고온, 고압의 증기는 항상 변수를 만들어 낸다. 증기배관은 고온의 상태를 유지해 열화 또는 파손이 될 수 있다. 물 공급의 부족으로 증기량이 부족해 터빈이 파손될 수도 있다. 즉, 엄청난 열에너지는 원하는 대로 쉽게 사용될 수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안정과 유지의 직무가 어떤 것인지 이해가 되는가? 그런 만큼 발전소 직원들은 지친다. 변화와 도전을 꾀하는 젊은 직원들일수록 그 안정적 유지에 맥을 못 춘다. 사람으로 치면 항상 똑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되는 것 아닌가? 꾸준함만큼 정신적으로 지치는 것도 없다. 발전소 직원들은 '기다림'을 배운다. '인내'를 터득한다.
 몇 년 전 친한 선배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선배는 요즘 좀 한가하죠?' 얼마간의 부러움이 섞여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나는 매우 바빴다. 쉴 새 없이 고장 나는 설비들이 자다가도 튀어나왔다. 똑같은 고장만 수십 번 발생하는 것이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가. 하지만 선배는 한가하고 좀 극단적으로는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내 감정을 알아챘는지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네 눈에는 한가해보이지만 이건 나중의 바쁨을 위해서 충전하는 거다. 너도 언제 간 알게 될 걸?' 정확히 한 달 뒤 그 선배는 엄청나게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배는 그동안의 여유로 충전된 집중력을 발휘해 물 흐르듯 일을 처리했다. 지금은 그것이 이해된다. 지금 당장 일이 없어서 초조해하거나 즐거워하지 않는 것. 곧 발생할 일들에 대처하기 위한 '인내'를 배우는 것.

 세간에서 이야기 하는 공기업 직원들의 이야기가 있다. 마치 전설처럼 전해지는 그런 이야기들. 나는 취직한 이래 그런 전설적인 경험들을 해본 적이 없다. 발전소 직원들은 누구보다 빛나는 청춘을 회사를 위해 그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묵묵히 앞으로 전진하는 무소처럼 우리는 인내하고 있다. 사회에 기여하는 이름 없는 영웅이 바로 우리들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