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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동맹, 즉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의 동맹은 대구~광주 고속도로가 열었다. 이 동맹은 영호남 마음의 소통이 전제였다. 울산·경주·포항이 맺은 해오름동맹은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열었지만, 그 전제는 3가지 운명적 일체성에 바탕을 둔다.
 '3일체성'의 첫째는 땅이며, 둘째는 역사이고 셋째는 산업이다.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운명적인 것은 지질, 지형, 지리 즉 땅의 혼(Genius loci)이 동일한 점이다. 풍토, 풍기, 풍속이 비슷하다는 것과 같다.
 울산·경주·포항은 동해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지리적 동질성으로 '해오름'이란 이름을 얻었다. 호미곶과 간절곶이 그 상징이다. 이런 상징이 갖춰진 배경에는 동해가 만들어지던 아득한 지질시대의 인연이 작용한다.
 지질학계에 따르면 2,000만년전 신생대에 일본 땅이 밀려나면서 동해가 확장되고 그 과정에 양산단층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때 울·경·포 3개 지역은 동해 쪽으로 함께 옮겨진 운명체가 됐다. 올들어 지진이 활발한 양산단층선 오른편에 3개 도시가 있다. 진앙에서 울려나오는 진동과 울림도 비슷하게 겪고 있는 것도 그 까닭이다.
 또 3개 도시가 가지는 공통적 자연현상 가운데 냉수괴(冷水塊)가 있다. 여름철 포항 앞 해저 2,000m에서 솟구쳐 울산 앞 바다를 냉각시키고 해무를 피워올리는 그 물덩이다. 이 물덩이는 한국 전체 해역에서 가장 많은 플랑크톤을 생성시켜 비옥한 해양환경을 만드는 주역이다. 포항 구룡포, 경주 감포, 울산 방어진은 이 냉수괴로 인해 풍부한 해산물과 풍경을 공유한다. 이 물덩이는 포항의 '연오랑과 세오녀', 경주의 '만파식적', 울산의 '처용설화'를 배태한 연원이다.
 11일 울산에서 열린 '해오름동맹 심포지엄'에서 최양식 경주시장이 "3개시는 인걸과 강과 산이 불가분 얽혀있다"고 한 점은 그런 자연적 일체성을 강조한 것이다.
 두 번째 역사적 동질성은 사촌만큼 가깝다.
 쉽게 말해 중앙일간지 3개사 창립주의 연고가 울산이다. 동아일보의 창립주인 울산 김씨 재실은 울산 강동에 있다. 조선일보 방씨 시조묘는 울산 두동에 있다. 국민일보 조씨도 울산 언양이다. 이 성씨는 고대 신라를 형성한 경주 6부촌의 갈래다.
 필자의 소견이지만, 선사의 고향은 울산이다. 왜냐면 선사 유적을 살피면 울산이 압도적으로 많다. 울산의 청동기 집터 밀도가 한반도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이 많은 것은 수렵어로시대에 인구가 울산 해안에 밀집했다는 증거다. 해가 가장 일찍 뜨고 물산 풍부한 이곳에 몰린 초기 인구가 농경시대가 시작되면서 넓은 경작지가 있는 경주평야로 옮겨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울산 대곡천에서 바위에 고래를 새기던 인물들의 후예는 나중에 경주 남산에서 자신들을 가호할 형상을 새겼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을 엮으면 경주와 그 주변 해안도시는 선사와 역사 시대를 오가며 혈연적으로 맺어진 관계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이날 심포지엄에서 "우리는 한 뿌리다"고 강조한 것은 그런 일체감을 한 마디로 꿴 것이다.
 세 번째 산업적인 동질성은 고금의 제철산업과 현재의 관광산업에서 찾아진다.
 국가 기간산업이었던 제철은 울·경·포 3개시에 집약돼 있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곳이란 점이 주목된다. 신라의 쇳덩이는 울산 달천철장에서 만들었고, 그것을 제련해 칼과 종(鐘)을 만들었던 곳은 경주 황성동 제련유적지였다. 오늘의 제철소는 포항에 있고 울산은 그 쇳덩이를 가져와 배와 차를 만든다. 1967년 혁명정부가 첫 국가공단 도시계획도면에 그린 제철소 부지는 지금 울산 현대자동차가 있는 곳이었다.
 관광산업 측면을 보면, 경주가 역사 문화재로 부각될 때 울산은 선사 문화재로 연결돼 있다. 신라의 조각기법을 더 깊이 알려면 울산 대곡천 암각화로 안내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자연자산의 경우 해돋이를 비롯 해안 경관을 활용하는 방향성 역시 같다. 울산과 포항은 여기에다 거대 산업시설관광이란 요소를 공유한다.
 김기현 울산시장이 "3개 시의 인적 물적 자원을 융합해 한반도 융성의 횃불이 되자"고 주창한 것은 울·경·포 3개시가 지닌 오랜 동질성에 착안했을 것이다.
 석 삼은 견고하다. 하나, 둘, 셋에 출발하고 만세는 삼창한다. 울산 인구는 120만, 포항 52만, 경주 27만명이다. 200만 인구가 삼각동맹을 통해 집단지능을 발휘할 때 신라천년의 번영을 다시 구가하리란 기대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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