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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恐怖)가 주는 유익(有益)
[아침단상]
2016년 10월 19일 (수) 20:38:46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 안성균
피노키오극단 대표

"여보!  방금 집이 흔들렸어! 이게 뭐지? 아! 무서워" "글쎄! 지진인가 봐!  괜찮아?"
 12층 아파트에 사는 필자의 집이 순식간에 흔들릴 때 아내와 주고 받은 대화다. 경주와 울산에서 있었던 5.8의 지진에대한 공포가 현재까지 560번째 계속되고 있는 여진처럼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진에 따른 공포 후유증으로 울산 재난 심리 회복 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은 이들도 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공포(恐怖)의 사전적인 풀이는 특정한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극렬하면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말한다. 그런데 이 비이성적인 두려움의 기저에는 불안이 내재돼 있다. 이 불안의 정체는 자신에게 다가올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과 닿아있기에 공포는 더 증폭 되는 것이다. 이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석연찮은 두려움은 자신에게 있는 뭔지 모를 떳떳치 못한 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속담에 털어서 먼지 하나 안나는 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우린 그렇게 작든 크든간에 내외면의 죄를 지으며 살아 온 완전치 못한 인간들이란 말과도 같다.

 세월앞에 장사없다는 말이 있지만 갑자기 찾아온 죽음을 피할만한 이도 없다. 그래서 인명은 제천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내 자신의 운명을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우리 인간의 연약하고 유한한 능력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겸손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천재지변이라는 광활한 우주 만물의 흐름 앞에서 내가 더 크다고 앞세울 이가 누가 있겠는가?그래서 우리는 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우게 된다. 이 역시 공포가 주는 유익이다.
 "아이고! 동희엄마 가게는 괜찮습니까?" 지진으로 지축이 흔들리자 고층 아파트에서 부리나케 뛰어 내려와 숨을 헐떡이며 지층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이집사에게 던지는 준성이 엄마의 급박한 대사다. 평소에도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지만 교회 가자고 전도 할때만은 냉랭하게 대했던 준성이 엄마는 왠일로 이집사에게 교회를 따라 한 번 나가 봐야겠다고 말한다. 반기며 차와 과일을 꺼내와 깍으며 이집사는 말한다. "그래요 우리의 삶이 무한할 것 같지만 우린 한 번 태어 났으니 죽게 되는 것은 똑같지요. 언제든 죽음앞에 겸허히 마주 설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절대자에 대한 신앙이 꼭 필요한 것 아닐까요?"  맞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신이든 인간이 믿으려 하는 것은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해 영생보험을 들어 두려는 의존적인 의식에서 비롯된 것과 같다. 우리가 생사를 주관할 만큼 전능하지 않은 이유에서다. 신만이 오직 절대적이며 완전하기에 그렇다.

 사고는 한 순간이듯 생사의 갈림길도 찰나에 일어 난다. 그래서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  기적만큼이나 한없이 감사한 일이지만 또한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기도 한 것이다. 삶과 죽음이 한 호흡의 있고 없느냐에 달려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한 삶을 사는 동안 언제 맞닥드릴지 모르는 공포와 나란히 찾아올 죽음앞에서 평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종교를 가지고 신앙 생활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공포에 맞서는 용기는 절대자에 대한 신앙에서 비롯된다. 어떤 종교를 선택하느냐는 자유이지만 종교 생활은 그래서 꼭 필요하다. 종교가 없었던 준성이 엄마는 그 주 일요일부터 이집사를 따라 교회를 다닌다.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게 해주리라 믿는 절대자에 대한 신앙 생활을 하기로 다짐한 것이다. 이 역시 공포가 선물해준 유익이다.

 울산에 지진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쓰나미처럼 태풍 차마가 휩쓸고 갔다. 순식간에 불어난 태화강은 수마로 돌변해 특히나 태화동 시장터를 삽시간에 할퀴고 지나 갔다.집중 호우로 자동차가 떠 내려 가고 집 담벼락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시민들은 또다시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그러나 지난 열흘 사이 민관군이 하나로 협력해 복구 작업에 열심인 끝에 90퍼센트의 복구를 이뤄 내고 있다. 여기 저기서 수재의연금을 모금하는 온정의 손길과 자원 봉사의 손길도 끊이질 않고 있다.
 5,8의 지진이 있었던 날. 한 때 통신망 폭주로 접속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였다. 가족들의 안부 전화를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뛰어 넘어 가족 친지들에 대한 애정의 통신망은 한동안 그렇게 뜨겁게 섬광처럼 반짝이며 오고 갔었다. 그리고 우리는 잠깐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그리고 지금 나와 이 순간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의 소중함과 사랑에 대해서 숙연해져 옴을 느꼈다. 그러면서 다짐했다. 어떤 재난으로든 마지막 순간이 새가 어느날 올무에 걸리듯 홀연히 찾아 온다 하더라도 함께해온 가족들을 사랑하겠노라고,  지금보다 더 뜨겁게 사랑하겠노라고 말이다. 이 역시 재난이 준 공포(恐怖)로 인해 얻은 귀한 선물과도 같은 유익(有益)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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