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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5.8의 지진과 여진으로 온국민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 여실히 증명됐다. 지진으로 인한 '불안의 시선'은 곧바로 원전으로 향했다. 지진 당일 원전 1호기에서 4호기까지 순차적으로 수동정지한 월성 원전을 포함한 전국의 원자력발전소에 정치인들이 방문했고 장관과 대통령까지 잇따라 방문했다. 언론에서는 현재 국내에 지어진 원전의 위치와 내진설계 등이 타당한가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지진 직후 국내 여론과 사람들의 관심이 원자력발전소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눈으로 보았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원자력발전소가 지진과 같은 대형 자연재해 시 그 피해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은 이미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어났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1986년에 일어났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7등급 사고로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 주위로는 몇 백년이 지나야 사람이 살 수 있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후쿠시마원전과 같은 원자력사고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
 먼저 이 질문 이전에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아 보자. 주요원인은 일본 동해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 발생 후, 14m를 초과하는 초대형 해일이 일본 동해안에 도달한 것에서부터 기인한다. 즉, 최악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원인으로 내진설계치를 뛰어넘는 초대형 지진과 핵연료 냉각을 위한 필수전원 상실, 그리고 다량의 수소생성으로 인한 폭발과 원자력발전소 건전성 상실을 들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 건설된 24개의 원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내진설계치를 뛰어넘는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규모 6.2~7.2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10차례나 있었다. 이보다도 더 높은 지진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6.5에서 7.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 돼 있으며,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8.0의 지진에 견딜수 있더록 내진설계가 돼 있었다. 그렇다면 무조건 내진설계만으로 구조물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후쿠시마 원전이 8.0의 내진설계지만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강타했을 직후가 아니라 해일로 인한 전원공급의 문제로 사고가 급속도로 나빠진 것이 사고의 주 요인이다. 내진설계치보다 높은 지진의 직접적인 타격이 핵연료의 건전성에 큰영향을 주지 않은 것은 원전의 특성상 높은 내진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전의 주요설비 및 구조물은 높은 내진여유를 가지고 있다.
 또 후쿠시마 사고의 주요원인인 초대형 해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더구나 국내 원전에 대한 지진해일 영향평가는 국내외 관련 연구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를 가정해 평가했다. 실제로 지진해일이 3m로 평가된 한울원자력발전소 부지의 높이는 10m로 여유가 있으며(다른 원전 부지에서의 지진해일은 1m 이내로 평가된다.) 저수위에 대해서도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원자력기술원은 지진해일에 대한 안전성 제고 차원에서 보다 보수적으로 가정한 조건에서 지진해일을 재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다량의 수소생성으로 인한 폭발로 원자력발전소 건전성상실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 또한 가능성이 낮다. 우리나라 원전은 후쿠시마원전과는 노형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압경수로(PWR), 후쿠시마원전을 포함한 대부분의 일본원전의 경우 비등수형원자로(BWR)를 채택하고 있다. 우선, 국내 원전의 격납건물은 120cm 두께의 철근콘크리트로 돼 있어 격납건물 내부의 수소 폭발 시에도 손상되지 않는다. 또한 안전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전원 상실 시에도 작동하는 수소제거설비가 격납건물에 설치돼 있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그 숫자도 대폭 늘려놓았다. 일본 원전과 동일한 사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수소폭발은 발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원전사고가 똑같이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위와 같은 사실을 경주지진 발생 후인 지금 언급하는 이유는 냉정하게 현 상태를 바라보고 어떻게 국내원전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5년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에 대한 안전 측면의 취약성이 드러난 계기이기도 했다. 이미 당시에도 다양한 비상 상황을 가정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었지만 그것이 일순간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원전에 있어 100%의 안전은 없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 아픈 경험이었다.
 이 사고는 또한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외부사건으로 인해 시작됐고, 사고 전개과정에서 외부사건의 영향을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에 큰 재해로 확대됐다고  평가돼 국내원전의 외부사건 설계기준 강화를 포함, 많은 개선책을 이끌어 냈고, 지금도 후속조치가 진행중이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이루는 기폭제가 돼 더 건전한 원전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원전사업을 담당하는 한수원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발생한 원전납품비리와 품질시험성적서 위조사건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올해 지진관측상 국내 최대 지진으로 우리나라도 더이상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수원이 다시한번 시험대에 오른 격이다. 앞서 말했듯이 현실적이고 진지한 고민을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온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한수원과 정부는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역시 국내 에너지 생산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원자력발전소를 바라볼 때 불안의 시선이 아니라 진지한 고민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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