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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에도 관심이 간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고 자란 까닭에 아이에게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전래동화, 세계 명작동화, 위인전, 여행만화, 과학백과, 문학전집, 역사만화, 학습대백과 등 집에는 늘 책이 가득했고 부모님께서도 책을 자주 구입해 주셨다. 어린 시절 읽었던 책으로 전공 선택까지 영향을 미쳤고 아직도 학창 시절부터 책으로 자주 접했던 문학과 예술, 교육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분야의 책을 접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
 얼마 전 18개월인 아이에게 인지발달과 관련된 책을 구입해 주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찾아보다 한 영업사원을 알게 됐다. 아이가 발달이 빠르고 영리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사물에 대한 호기심도 강해서 아이에게 알맞은 책이 있다면 사주고 싶었다.
 그러나 영업사원은 어떤 책인지, 책의 내용을 직접 보기도 전에 본인이 견적을 내고 구입을 권유했다. 상황 자체가 매우 부담스러웠다. 스스로 알아보는 방법이 낫겠다는 생각에 영업사원과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 영업사원의 전화가 왔다. 회사로 와 교육을 받으라며 방문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단 시간이 맞지 않아 거절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도 전화가 왔다. 책을 구입하라는 전화였는데 너무 부담스러운 마음에 결국 책을 사지 않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학습적인 면에서 뒤떨어질 것이라며 계속적으로 권유를 했다. 그리고 점점 더 강력히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구입한 책은 차후 보기도 싫어질 것이다. 결국 책 이야기로 더 이상 연락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책 구입을 포기하고 말았다. 앞으로 다른 방법을 통해 책을 구입할 일은 많겠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이후 선배나 주변의 아이엄마들을 통해서 영업사원과 연관된 책 구입에 대해 사례 조사를 해 보았다. 끈질긴 권유에 이기지 못해 결국 책을 구입한 아이 엄마, 거금이 들어가는 문제라현 남편에게 상의해 보겠다고 간접적으로 거절했다가 그 정도도 결정을 못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경우, 한번 책을 구입했다가 계속적으로 책을 구입하라는 연락이 오는 경우 등 사연은 다양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책의 내용도 알찼지만 판매하는 방법이 부담이 됐다는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여러 가지 상황을 알게 되니 판매에만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두 번 쯤 전집을 구입해 줄 것이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어 한다. 기분 좋게 구입한 책이라면 그 책을 아이에게 읽어줄 때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 줄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불편함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게 된다.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필요 이상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전집이 필요할 때 부담감 없이 구매를 원하는 쪽에서 먼저 찾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부담 없이 책을 알아보고 구입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려면 영업사원의 문제뿐 아니라 판매 방식에 관련된 구체적인 모색과 과도한 영업을 지양하는 제도적인 개선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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