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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 따르면 '음식을 절제하며 잘 소화시키면 마르고 오래살고,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폭식은 살을 찌우고 일찍 죽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예부터 비만에 대한 경계는 물론, 폭식과 같은 잘못된 식습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모도 하나의 스펙이다!' 라는 말처럼 현대사회에서 몸매관리, 즉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져 가는 추세라 할 수 있다.
 최근, <지방의 역설>이라는 책에 착안해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지방의 누명>이라는 MBC 프로그램이 3부작으로 방송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이어트의 적으로 여겨졌던 지방이 다이어트계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게 된다.
 '고지방' 그리고 '다이어트' 언뜻 듣기만 해도 쉽게 매칭되지 않는 두 단어가 나란히 사용된 것은 자극적으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필자 역시 환자들로부터 '고지방 저탄수 다이어트'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질문의 대부분은 '삼겹살 먹어도 되나요?' '버터 먹어도 되나요?'와 같이 방송에서 언급된 특정 식품에 대한 문의였다.
 '고지방 저탄수 다이어트'의 열풍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후부터 다양한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적절하게 체중을 줄이고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의 사람들도 많았다. 필자의 주변에서 '고지방저탄수 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람들의 2주 후를 비교한 결과, 체중 감소에 대한 개인 차이는 있었지만, 체중변화와 상관없이 체지방이 1.5~2kg정도 늘어난 경우가 더 많았다.
 왜 방송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지금부터는 '고지방저탄수 다이어트'를 시행하면서 발견된 문제점과 어려움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의 비중을 측정하고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탄수화물을 15% 내외로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였다. 탄수화물 음식을 배제하더라도 무심결에 먹게 되는 '당류' 또한 제한해야 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었다. 실제로 고지방 저탄수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외국 사례자는, 외식을 할 때 밑반찬 및 쌈장을 제외하고, 된장과 쌈야채만 먹는 것을 알 수 있다. 외식을 많이 하는 현대인의 경우 각종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양념에 들어가 있는 당의 섭취를 막기란 현실적인 한계점이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자면, 저탄수가 아닌 고탄수를 섭취하게 되는 꼴로 되레 살이 찌는 결과를 초래한다.
 두 번째, 높은 식비를 들 수 있다. 식단을 정확한 비율로 잘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떤 지방을 먹는지 하는 것이다. '좋은' 지방을 먹어야 하는데 이것은 첨가물이 없거나 최대한 적게 들어간 것을 말한다. 10g씩 소분되어 판매되는 버터를 예를 들자면,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버터가 섞인 버터와 '천연버터'는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 이상의 가격 차이를 보인다. 또한 고기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외국에 비해 한국에서 고기나, 수입산 천연버터, 오일 등을 주된 식재료로 이용하기에는 약간의 한계가 있다. 

 세 번째, '고지방 저탄수 다이어트'를 장기간 지속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건강 문제다. 얼마 전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고지방 저탄수 다이어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장기간 고지방 식이를 할 경우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실제로 일부 환자에게서 피부 염증성 트러블이 유발되거나 심화되는 경우가 발생되기도 했다. 탄수화물 섭취를 급격히 줄이면 뇌와 심장이 원료로 사용하는 포도당이 부족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기억력이 감퇴되거나 두뇌의 활동력 저하로 일의 능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면 기분 조절에 필요한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지 않아 우울감이 나타날 수 있고, 케톤성 두통 혹은 피로감이 동반될 수 있으며 체내의 미네랄 균형이 깨어질 수 있다.

 '고지방 저탄수 다이어트'는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 20여년을 연구해 온 방법이다. 정제된 탄수화물이나 당류에 중독되는 것이 좋은 지방을 섭취하는 것보다 비만 및 각종 대사성 질환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고지방 저탄수'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고지방' 식품을 먹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식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좋은 지방', '좋은 탄수화물'을 선택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 세상에 '쉬운' 다이어트 방법은 없다. 유행하는 특정 방법을 따라 '쉽게' 다이어트 하려고 하기 보다는 '올바른' 식생활을 통해 '건강하게' 다이어트 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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