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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텃밭의 추격전

                                       장철문                                                                                             

수 메뚜기가 암 메뚜기를 들쳐 업고 딱딱한 아래턱으로 배춧잎을 푹푹 갉아먹는다. 이 배추가 누 배추라고! 할머니가 부지깽이를 들고 쫓아오던 그 저물녘의 쇠죽 아궁이가 불쑥 밀고 들어온다. 저 놈, 저 놈, 저 쳐 죽일 놈! 부지깽이는 캥이나 썩은 지줏대 하나 뒹굴지 않는 배추이랑을 맨손바닥 하나 치켜들고 쫓아간다. 그냥 불알을 톡 까놓을라, 이 망할 놈! 쫓아오던 할머니가 뚝 멈춰서서 사내처럼 껄껄껄껄 웃는다. 나도 건너편 무우 두럭으로 풀썩 기우뚱 토끼는 놈을 향해 냅다 뛰어 헛손질을 하다가는 뒤쪽 허공에서 난데없이 손이 쑥 나와 어깨라도 감싸안고 당기는 듯 멈춰서서는, 불알을 톡 까놓을라, 이 놈! 하늘에 낮달이 비긋이 웃는 그때를 그것도 은폐라고 무우 이파리 뒤로 딱 붙은 채 뒤뚱 팔랑 돌아가 붙는 년놈. 참 이쁜!


작품출처 : '무릎 위의 자작나무'(창비, 2008)
장철문 :  1966년 전북 장수 출생. 1994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로 등단. 시집 '바람의 서쪽' '산벚나무의 저녁' '무릎 위의 자작나무' '비유의 바깥'등

 

박성규 시인

메뚜기 한철이란 말이 생각난다. 지금 들녘은 추수에 몰입되어 있다. 잠깐이다 싶은 계절이 지나 바야흐로 추수의 계절이 되었으니 올 한해도 다 지나가는 듯하다.

 사실 메뚜기란 놈이 그렇다. 여름 내내 보이 않더니만 벼이삭이 여물어 갈 즈음에 순식간에 들판을 밀림삼아 쏘다녔다. 어릴 적 찬거리가 없을 때면 메뚜기를 잡아다가 볶아서 먹기도 했었다.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도 모르고 무작정 먹는다고 하여 잡아 오기만하면 반찬으로 밥상에 올랐지만, 식용곤충 중에서 그램당 단백질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고 트립신이 뛰어나서 소화 불량에도 굉장히 뛰어난 역할을 하며 또 한의학적으로 예부터 천식에 좋으며 위장과 장 기능을 강화시킨다고 하니 이러한 기능까지 알아서 반찬을 해 주셨을 리는 만무하다.

 한동안 농약 살포로 인해 메뚜기가 거의 잠적을 감추다 시피 했었는데 근간에는 친환경 농업을 앞세우면서부터 다시 메뚜기가 뛰어 다니는 벌판을 바라보면 그거 싱그러운 세상이 다가온 듯하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음이니 참으로 기쁘고 풍요로운 가을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작은 텃밭이 메뚜기 때문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수시로 들락거리며 갉아 먹은 것이 얼마나 될까마는 잎사귀마다 구멍이 나 있어 약을 치자니 그렇고 관두자니 계속 갉아 먹을 것이 뻔한 데 허수아비라도 세워두면 괜찮을까?

 장철문 시인의 작품 '가을 텃밭의 추격전'처럼 올 가을은 메뚜기랑 씨름하다가 상강을 맞았지만 메뚜기 한철이라는데 우리네 인생에 있어서 한철이라고 말하고 싶은 때는 언제일까? 그 때를 놓치게 되면 분명 되돌아서서 후회 하겠지만 애써 텃밭을 지키며 살아가자니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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