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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아이가 창밖을 보고나서 웃음을 보인다.
 학교 갈 채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중간고사기간이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겨워 하더니 저렇게 신나는 이유는 오늘이 바로 기다리던 체육대회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를 지켜보니 그 설렘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진다.
 유난히 높은 하늘과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는 멋진 가을날 운동장을 가득 메울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 같다.
 아이가 초등학교때는 부모님의 운동회 참석이 당연했고, 나 또한 매번 참석해 동네 소식도 듣고 학부모들과 맛있는 음식도 준비해서 애들 핑계로 하루를 즐겁게 보내곤 했다.
 예나 지금이나 운동회를 하는 날은 아이보다 내가 더 설레는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체육대회를 보러 학교를 가야되나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찾아가서 필요한 일을 보고 했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된 뒤로는 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될 지 궁금하기도 하고, 담임선생님이 "어머니, 학교에 언제든지 오셔도 됩니다"라고 한 말도 생각이 나서 잠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학교를 방문해서 선생님과 상담을 하거나 다른 일로 학교를 방문하는 것이 크게 부담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김영란법에서 말하는 부정청탁및 금품수수 금지법의 내용처럼 청탁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적도 없고, 그러한 청탁을 들어 줄 학교는 더욱더 없을뿐더러, 부정을 눈감아줄 학교는 아무데도 없다. 오히려 내가 학교에 갈 때마다 학교 급식체험도 하게 해주고, 교장선생님을 뵐 일이라도 있는 날엔 직접 커피도 타주시며 학교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는 일이 있어서 학교를 방문했는데 남들이 이런 나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괜한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의 미래가 부정한 청탁으로 바뀔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고, 또한 그렇게 바뀐 미래가 아이에게 미친 해악이 얼마나 큰 지 모두가 알고 있다.
 아이를 위한다고 한 일이 아이를 망치게 될 것이므로 생각조차 하기 싫다.
 요즘 김영란법이 너무 많은 소식의 중심이 돼 잠깐이나마 고민했지만, 괜한 기우였던 것 같아 헛웃음이 난다.
 청탁이라는 단어는 생각만으로도 찜찜함을 남긴다.
 이런 기분을 날려줄 아이들의 열띤 응원가와 경기모습을 보기 위해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아직은 햇살이 따갑지만 코끝을 스치는 바람은 가을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다. 체육대회하기엔 너무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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