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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고령화, 과잉경쟁, 양극화, 청년실업 등 우리를 둘러싼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이지만 우리 주변 사람들과 연관된 문제들이 많다. 그렇기에 무시할 수도, 관심을 늦출 수도 없는 것들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매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다.
 사회적 문제에 노출된 사람들은 지친 현실 속에서 위로받고 재도약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러한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내면적 문제를 바깥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울산에서도 최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사회문제나 이슈에 접근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먼저 중구 성남동에서는 건물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문화예술교육적으로 접근한 청년 작가들과 문화의 거리 상인들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소상인들이 공동체를 형성하여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극복하고자 소상인들의 이야기를 녹취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것이 담긴 문화의 거리 지도를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계기로 상인들 간의 끈끈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문화의 거리가 보다 활기차지고 '함께'라는 마음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북구 염포동 마을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마을은 산업 도로 건설로 인해 이주가 결정된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살아왔던 마을에 대한 기억이 소실되지 않도록 주민들이 직접 예술가들과 협업하였다. 그들은 마을 어르신들의 기억과 목소리를 채록하고, 갯가에 살았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길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민들 간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마을에 대한 관심을 되새길 수 있었다.

 울주군 수정마을에서 진행된 주민들과 예술가의 만남 사례도 들 수 있다. 도시의 산업화 과정에서 청년들이 도시로 대거 유입되어 농촌마을의 고령화를 야기하였고, 이는 농촌사회경제의 정체로 이어졌다.
 적막한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마을 주민들은 풍물패 청년들과 협업하여 본인들의 삶,마을의 이야기를 마을의 사설로 재구성하였다. 주민들이 재구성한 사설에 가락을 입혀 직접 노래 부르고 마을의 민속놀이를 즐기는 과정을 통해 정체된 마을을 외부로부터가 아닌 주민들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농촌마을의 공동체문화를 재조명하고 마을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사례들은 삶의 질 제고와 공동체 회복을 위해 예술가와 주민들이 협업한 문화예술교육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대상 역시 한정적이지 않고, 상인·마을주민 등 다양한 대상을 물색함으로써 보다 깊숙한 곳까지 문화예술교육의 폭을 넓히고 있다. 더 나아가 여기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에게도 새로운 접근방식과 시각을 제공하고 있어 진정한 '공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당장 어떠한 혜택이나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문화예술교육에 사회문제해결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기에는 한계가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이론 위주의 전달을 넘어 대상자가 직접 참여하는 예술적 경험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또 다른 삶에 대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잠재력은 사회의 가장 기초 단위인 가족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부모세대는 바쁜 직장생활로, 자녀세대는 학교생활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주말에야 겨우 마주하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가족 간의 소통 부재로 인한 갈등이나 간섭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동구의 한 단체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인식하고 가족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였다.
  이 단체는 가족 단위로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예술창작물을 만들고 그것을 전시하여 참여가족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 모두와 공유할 예정이다. 이 체험과정을 통해 가족이 서로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가족 간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은 자연스럽게 동네로 들어와 주민들의 삶을 보다 풍성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반복되는 일상의 활력소와 같은 존재로 주민들의 미적 감수성을 터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족을 둘러싼 마을 공동체의 친밀감을 높이고, 의미 있는 여가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많다. 문화예술교육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하고,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가 균형을 이루는 건강한 삶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열심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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