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늦은 저녁 우리 꼬맹이 투가 입에서 뭔가를 오물오물 하더니 꿀꺽~ 하는 것 같더니만 입술이 파래지며 숨을 못 쉬는 게 아닌가…. ' 켁켁켁켁…'등을 아무리 두드려도 나오는 게 없더니 결국 눈물 콧물 다 흘린 뒤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알 수 없는 그것이 무사히 목구멍을 통과했는지 조금 진정 된 상태였다. 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뱃속으로 넘어갔는지 평온한 얼굴로 밖에 나온 게 신나서 응급실을 이리저리 눈을 똥그랗게 뜨고 두리번 두리번 호기심 가득 찬 얼굴로 살피는 게 아닌가… .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오니 얼마나 놀랬던지 그제서야 온몸이 아파온다. 하루가 지나고 나니  놀란 마음이 가라앉기는 커녕 더 커지기만 한다.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이며 연주 준비 때문에 바빴던 요즘, 나를 위해 살았던 오늘을 얼마나 원망할 뻔 했던가…  하고 말이다.

 설상가상 며칠 전 열렸던 '살롱, 음악을그리다' 공연의  수많은 호평과 함께 날아온 하나의 혹평이 날 깊은 회의감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난 잘 살고 있는 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끝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며 공격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카오스상태가 되버렸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면서 또 끊임없이 포기하는 것들을 인정하며 할 수 있는 것들과 할 수 없는 것들을 알게 된다. 못난 나도, 잘난 나도 인정하고 받아들여 함께 사이좋게 사는 거 라고 생각하는데 말이 쉽지… 막상 못난 나와 마주하게 되면 이렇게 괴리감과 회의감에 허우적거리게 된다.

 내 머릿속만큼이나 요즘 참 나라가 시끄럽다. 국민들의 분노가 한반도 전역을 흔들어대고 있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 보다 지지하고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더 크지 않을까…?.
 
독일의 작곡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 !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그도 그랬다. 그가 매우 애착을 가졌던 교향곡 3번의 원래 제목은 그가 흠모했던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1821)의 성을 딴 '보나파르트'였다.

 베토벤은 나폴레옹을 폭군들을 물리치고 시민을 대변하며 인간의 권리를 되찾아줄 인물로 생각하며 존경하였지만 그가 황제에 즉위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평범한 인간일 뿐 이라는 것에 실망한 나머지 나폴레옹에게 바친다는 부분을 악보에서 찢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붙혀진 곡의 제목은 '영웅' 이였다. '베토벤 그가 그리던 영웅은 어떤 모습 이였을까? '우리도 각자가 그리는 다른 모습의 영웅들이 있을 것이다.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 직장을 찾아 면접을 보는 젊은이들, 병실에 누워있는 사람들 그리고 혼란스러운 대한민국 의 많은 국민들도 이 시대의 영웅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나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 꼬맹이들에게는 내가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지금은 최고의 영웅 일테지…?.

 내가 가는 데로 꼬맹이 투도 보행기를 타고 날 이리저리 쫓아다니다 갑자기 빨갛게 얼굴이 달아오른다. '응가하나… 오늘은 알 수 있을까? '그놈 정체를.' 나를 이렇게 카오스 상태로 이끌었던 시작점, 알 수 없던 그것의 정체가 보인다. 길이가 2센치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고무줄이었다.

 얼마나 고맙고 다행이던지, 지금 이 순간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영웅, 자괴감, 괴리감… 그게 다 뭐란 말이냐. 그냥 오늘 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하며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진 않아도 소중한 나의 오늘을 열심히 살련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